['(개정판) 뒤집어본
영문법' 원고 / 2006년 3월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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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듣는 말.
l "영어를 문법 위주로 가르쳤으니 이렇게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는 거 아니냐? 회화 위주로 가르쳐야 한다. 문법 물러가라~~~!!!"
사실 영문법은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습니다. 미국 문법, 영국 문법, 호주 문법이 서로 다른 거 아니거든요 (물론 100퍼센트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데 이렇게 하나였던 영문법이 우리 나라에 오면 두 가지로 변신합니다.
l 문법 문제를 풀기 위한 문법 & 영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문법
문법은, 우리말과 다른 영어의 특징을 하나씩 알려주는 고마운 놈입니다. 문법을 통해서 영어라는 언어의 구조를 알았으면 그 다음엔 뭘 하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실제로 영어를 보면서 그 문법을 적용하는 연습을 하면 되는 겁니다. 영어를 보기 위해 문법을 써먹는 거죠.
그러나, 우리는 문법 하나를 가르쳐주고는 기어코 그 문법이 들어간 '문법 문제'를 만들어내고 아이들에게 그걸 강요합니다. 그러니 아이들 입에서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겁니다.
l "저는요.. 독해는 되는데 문법이 약해요."
아니, 문법이 약한데 어떻게 영어를 읽고 이해하는 독해가 잘 될까요? 걸음마도 제대로 안 되는 아기가 100 미터 달리기는 잘 한다는 건가요?
생각해보니 아니네요. 이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 한 겁니다. 말을 이렇게 했어야죠.
l "저는요.. 독해 문제는 답을 잘 맞추는데 문법 문제는 잘 틀려요."
……………………
문법의 탄탄한 기반 없이 과연 회화가 가능할까요?
그런데, 흔히 말하는 '영어 회화'란 게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사전 찾아보니까 - 회화: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
시중에 나와있는 그 수많은 영어 회화 교재를 보면서 우리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 책 한 권만 무조건 따라 하면서 달달 외우면 뭔가 '회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착각.
정말 대단한 '착각'입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l 서로 하는 말이 뻔한 경우 - "여기 햄버거 하나 주세요?" "뭘로 드릴까요?" "치즈 우퍼루요." "드시고 가실 건가요?" "네" "앉아서 기다리세요." 이런 말들. 이건 어느 햄버거 집엘 가도 이런 식입니다.
l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 - 예를 들어, 해외에서 바이어와 왔는데 느닷없이 한글에 대해 물어본다. "한글이 참 과학적이라면서요?" "Yes…." "자부심이 대단하시겠어요?" "Yes…." "한글에 대해 좀 알고 싶은데.. ?" "(에이ㅅ~~~, 대본대로 해, 대본대로!) ……"
'뻔한 경우'는 어느 정도 회화책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사실 회화책의 한계는 이렇게 뻔한 대화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는 거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는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무리 훌륭한 영어 교재도 답을 제시해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뻔한 경우'는 미국에 가서 살지 않는 한 별로 나올 일이 없습니다. 우리 나라 어디에 가서 햄버거 달라고 영어로 하시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뻔한 경우는 또 굳이 말 못해도 그냥 자기가 알아서 다 굴러갑니다. 우리 어머니들 영어 못해도 해외 여행 잘 다녀오시거든요. ^^
우리나라에 살면서 영어 회화가 필요하다면, '뻔한 경우'가 아닌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일 겁니다.
굳이 영어 회화의 틀에서 생각하지 말고, 우리말의 관점에서 매일 매일을 생각해보세요. 대본 써놓고 거기에 맞춰서 말하는 사람 있나요? 앞으로 10초 후에 무슨 말을 하게 될 지 모르면서 살아 가는 게 우리 삶입니다.
'회화'란 게 회화책에 나와있는 정해진 대화를 외어서 읊어대는 게 아닙니다. 그건 사람이 아니라 앵무새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한다는 일명 '영어 회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 수 백, 수 천, 아니 수 만 가지에 달할 수도 있습니다. 그걸 누가 다 가르쳐주겠어요?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우리말들.
이거 어디 가서 한국어 회화 수업 듣거나 한국어 회화책 읽고 배운 거 아닙니다. 살면서 남이 써놓은 글을 읽고 남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 스스로 머리 속에 다 입력시켜 놓은 결과에요. 그리고 그걸 입으로 뱉어내는 연습을 매일 한 결과에요.
영어?
하나도 다를 거 없습니다. 일단 여러분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그 '회화'라는 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겁니다.
왜, 회화가 안 될까요? (뭐, 성격이 소심하고 말을 잘 못 하고.. 이런 언어 외적인 요소는 빼고)
답은 간단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만들어낼 능력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 인사 몇 마디 주고 받고는 서로 계속 쳐다보기 무안한 상태가 되는 겁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문장을 만들어 내려면, 다른 많은 요소가 필요하지만 탄탄한 문법 실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네 기본적으로. 앞에서도 말했지만, 잘 깨지지 않는 그릇이 필요한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험 잘 보는 문법 위주였죠. 실제 응용할 수 있는 차원의 문법은 도외시 된 겁니다.
'현재 완료'라는 표현이 언제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이라는 건 제쳐두고, '완료' '경험' '결과' 같은 용법 골라내기에 치중해 왔습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실제 회화하면서 '현재 완료'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시험 문제가 아닌 영어 문장을 볼 수 있는 문법이 꼭 필요합니다.
문법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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