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는 누가 영어를 잘 하는 지 본다고 할 때 '문법'은 꼭 필수 조건으로 들어가는 거 같아요.
영어 좀 한다는 소릴 들으려면, 문법 사항 많이 알고 있어야 하고, 누가 뭐 물어보면 모르는 거 없이 모든 질문에 정답을 줘야 합니다. 뭐 많이 알아서 나쁠 거야 없겠지만, 실제로 영어로 의사 표현은 제대로 못하면서 문법책 달달 외워서 기계처럼 읊어대는 사람에게 일명 '영어 도사'라는 칭호를 주는 건, 솔직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이런 게 많이 줄어들었겠죠? ^^)
앞에서 영어는 하나의 '말'일 뿐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는 엄연한 '지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영어가 하나의 지식일까요?
영어에 대해 뭔가 궁금증이 생기면, 그 궁금증을 우리말에 적용해보세요. 그럼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옵니다.
여러분은 친구들에게 "나, 우리말 잘 한다. 너 이런 우리말 문법 알아? 나야말로 우리말 도사지." 이런 말 하나요?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에게, 여러분 친구를 소개해주며 "얘가 우리말을 참 잘해요. 도사에요." 라고 하나요? (정말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인데.. ^^)
영어나 우리말이나 다 기본적으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의사소통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에 불과한 겁니다. 책상에 스탠드 켜놓고 교재에 밑줄 그어가며 연구하는 식으로 달려들 대상은 아닙니다. 또 어느 정도 안다고 남들에게 자랑할 것도 아닙니다. (언어 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l "3인칭 단수 명사가 주어로 오는 현재 시제 문장에서는 동사에 s 나 es 를 붙인다"
이 문법 사항은 남들에게 "너, 이거 알아?"라고 자랑할 만한 게 못 됩니다. 그래서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나오지도 않는 "규칙의 예외"를 그렇게 좋아합니다.
유명 사이트에 가보면, 영어에 관한 질문이 참 많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최선을 다해 예문까지 들어가며 질문에 대한 답글을 달아놓으면, 꼭 그 밑에 이런 글을 써놓는 사람들이 있어요.
l "항상 그런 거 아닌 거 알죠?"
자기는 뭐 길게 말하지도 않아요. 마치 뭔가 더 있다는 암시만 주고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보라는 식으로 "항상 그런 거 아닌 거 알죠?" 딱 한 줄 쓰고 사라집니다.
왜 그럴까요?
문법을, 아니 영어를 "지식"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문법 내용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지를 통해 자신의 영어 실력을 과시하고 싶어서일까요?
l
영어는
누구한테
자랑하려고
하는
거
아닙니다.
모르는
거
있는
게
당연한
거고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됩니다.
문법
예외
사항
몰라도
영어
하는
데
큰
지장
없습니다.
문법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도구도,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수단도 아닙니다. 태어나서 우리말만 배워온 토종 한국인들이 남의 나라 말인 영어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길을 제시하는 게 문법입니다.
문법학자가 되려고 하세요? 그렇다면 그 쪽으로 파고들면서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세요. 그러나 그럴 생각이 없다면 영어의 모든 문법 사항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셨으면 합니다.
영어를 하나의 지식으로 생각하고 있느냐, 아니면 의사 소통을 위한 말로 생각하느냐는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영어를 말로 생각한다면 흔히 말하는 '영어의 大家'나 '영어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이라는 호칭은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
문법..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지식은 아닙니다.
몇 년 영어해도 들어볼까 말까 한, 원어민 조차도 그런 게 있냐고 되물을 정도로 잘 안 나오는 예외적인 내용은 오히려 그냥 건너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오히려, 기본적인 것만 '제대로' 알면 되는 게 영어 문법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하는 쪽으로 풀어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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