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뒤집어본
영문법' 원고 / 2006년 3월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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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위한 문법, 과연 이게 뭘 말하는 걸까요?
먼저, 문장 바꿔 쓰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수동태와 분사 구문입니다.
l A ball hit my sister. 이런 능동태의 문장을
l My sister was hit by a ball. 이렇게 수동태로 바꾸는 것.
또,
l When he saw me, he stood up and held out his arms. 부사절 when he saw me 를
l Seeing me, he stood up and held out his arms. 분사 구문 seeing me 로 바꾸는 것..
이 내용이 맞는 지 틀린 지 여부를 떠나서, 이걸 왜 해야 하는 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서, 영어가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 능동태 문장이 먼저 있었고 어느 날 이 능동태 문장을 사람들이 수동태로 바꿔 쓰기라도 한 걸까요? 지금 이 순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수동태 문장을 말하기 위해 능동태에서 순간적으로 확 바꾸기라도 하는 걸까요?
물론, 영어랑 어느 정도 친한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일단 이렇게 배우고 영어 많이 보면 나중에 자연적으로 수동태 문장이 나와"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어랑 안 친한 사람들입니다.
영어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수동태의 문장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능동태에서 바꾸는 걸 생각하고 있으면 어쩌죠? 말이라는 게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대로 바로 나와야 하는데, 이렇게 문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머리 속이 복잡해져야 한다면?
대화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물론 이 문법 내용 틀린 거 없고, 이 자체로는 우리에게 해를 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동태라는 문장 형식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장 바꿔 쓰기를 기어이 문제로 만들어 문장을 바꿔 쓰라고 강요한다면 얘기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요?
그 결과, 이런 문장 바꿔 쓰기를 잘 해야 우리는 영어를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실제 수동태 형식의 말은 입에서 제대로 안 나오는데, 이 바꿔 쓰기만 제대로 하면 그 문장이 입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착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착각이 있기에, 우리는 "영어 한다고 하는 데 왜 안 늘지?"라는 말을 하나 봅니다.
우리 말을 배우려는 미국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문장 하나를 주고 "자, 이 문장을 단어 순서를 바꿔서 다른 문장으로 바꿔. 너 그래야 우리말 잘 할 수 있게 되거든." 할까요?
분사 구문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보시면 됩니다. 자세한 얘기는 뒤에 나옵니다.
…………………………..
그 다음, '묶어서 정리하기'를 들 수 있습니다.
l
문장 5형식(1~5형식)
명사의
종류(고유, 추상, 물질, 집합, 보통
명사)
동명사를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들
부정사를 목적어로
취하는
동사들
묶어서 정리하려는 대표적인 경우에요.
이 역시, 뭔가를 한 번에 외워서 빨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을 줍니다. 그러나 바로 "빨리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라는 게 이것들의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아기가 "엄마"라는 말을 하는 데 보통 일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 "아니 그게 뭐가 어렵다고 일 년씩?"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 하는 거죠. ^^)
하지만 그 놈이 일 년 동안 그 "엄마"라는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겠어요? 매일 보는 사람인데 뭐라고 부르긴 불러야겠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니 "엄~~" 뭐라는 사람 같고, 그래서 잠 안 잘 때 매일 연습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처음으로 나오는 말이 바로 "엄마".
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단어, 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다 온 사람도 죽을 때까지 잊어버리지 않는 단어 - "엄마"는 그렇게 우리 머리 속에 들어온 겁니다.
세상 모든 게 쉽게 얻으면 또 그만큼 쉽게 나간다고 하잖아요?
'말'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외울 때는 편하고 좋을 지 몰라도, 막상 실전에 나가 내 입이나 내 손에서 나오려면 처음에 묶었던 보자기를 다시 다 풀어야 합니다. 힘들더라도 하나씩 들고 왔어야 하는데, 귀찮다고 보자기에 묶어 왔거든요. 근데, 막상 들고 와보니 이 놈의 보자기가 안 풀리는 겁니다.
이른바 "보자기의 오류'에 빠집니다. (제가 만든 말이에요. ^^)
역시 이 자체가 우리에게 해를 주는 건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시험 문제'로 나온다면 얘기는 또 달라지는 겁니다.
영어 하면서 뭔가를 외우려고 한다는 자체가 사실 무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서 그 외우는 시간을 줄이려고까지 한다면, 영어는 매일 제자리 걸음만 할 뿐입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하려고 하면 반드시 체합니다. 네, "반드시!"
단어 하나 하나를 천천히 느긋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게 결국은 이기는 길입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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