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formal & informal 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직역하면 '격식을 차리는' &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정도.
사실 이건 문법책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에요.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크게 신경 쓰는 내용도 아닙니다. 그러나 영어를 '말'이라고 생각하면 이제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리말도, 친구한테 하는 말투나 표현은 사장님한테 하는 말투와 다릅니다. 글도 마찬가지에요. 인터넷 게시판에 쓰는 글투가 있는 반면, 입사 원서의 자기 소개서에 쓰는 글투가 또 따로 있거든요. 글과 말, 이 두 가지도 서로 많이 다릅니다.
우리가 보아온 문법책에서는 사실 informal한 문장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informal은 고사하고 인문과학 전공 서적 문장 같은 분위기를 주는 예문이 주류였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고상한 문장의 극치'를 보여주는 글을 제대로 해석해야 영어 잘 한다는 겉멋에 빠져있었던 건 아닌지..^^
너무 이렇게 편식하면 안 좋겠죠?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냥 일상적인 말투로 들릴 수 있는 informal한 문장도 가급적 많이 소개하려고 합니다. 혹시 앞으로 책을 보다가 "너무 우아한 표현이에요'라고 제가 말하면 formal한 문장이나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너라면 ~~ 할 텐데" 이런 표현 들어보셨죠?
책에 보면 "나는 네가 될 수가 없기에 가정법을 써야 하고 그래서…. (중간 생략) If I were you 라고 한다" 이렇게 나옵니다. 주어가 I 인데 be 동사 were 가 나왔지요?
10여 년 전만 해도 If I was you 라고 하면 "틀린다"고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다 건너 대세는 "뭐, 어때?" 쪽입니다. 이런 건 어느 한 쪽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formal과 informal의 벽이 계속 허물어져가는 모습으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꼭 한 쪽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l 엄격한 문법의 잣대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If I was you는 말도 안 된다고 하고..
l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informal한 쪽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은 If I were you는 이조 시대 말투라고 하고..
굳이 이럴 필요 없습니다. 우리도 글과 말이 다르고, 또 여러 다양한 말투가 존재하듯이 영어도 그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일방적으로 formal한 쪽만 강조됐기 때문에, informal한 쪽도 신경 쓰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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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무래도 문법책이다 보니, 이 책을 읽는 분 중에는 "그럼 그 두 가지를 어떻게 구별하는데?" 의 답이 책에 나오지 않을 까 생각하는 분이 있을 지 모르겠네요.
근데, 그런 거 없어요. ^^
물론 있기는 하겠지만 그게 개인마다 다 다르거든요. 사실 이런 기준이 다 같다면, '오해로 인한 말다툼'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겠지만, 한편으론 세상 사는 재미가 그만큼 덜 하지 않을까요?
일단, 사전을 볼 때 한 번 더 보세요.
대부분의 사전(영영 사전!)에는 formal이나 informal 둘 중 어느 한 쪽으로 성향이 두드러진 단어일 경우 따로 표시해줍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경계선은 시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니까, 가장 최근의 자료가 있는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여러 표현을 원어민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느냐를 보는 겁니다. 그렇다고 모두 미국에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세요.
informal한 표현을 공부하자면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가 가장 좋을 거에요. 대본이랑 같이 구해서 공부하세요. 네, 당연히 '입'으로 해야죠.
지금 얘기는 생각을 크게 고쳐보자는 쪽이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formal한 표현이나 문법에만 가져왔던 애정을 informal 쪽에도 조금은 나누어 주자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책을 써나가면서 가급적 둘 모두에게 고르게 관심을 쏟을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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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If I were you를 통해 봤지만, 문법책에 나오는 여러 '규칙'이 구어체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건 우리가 우리 말 할 때도 그렇습니다. 항상 '문법'에 딱 맞게 말을 하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거든요.
말과 글. 두 가지는 같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꽤 다릅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구어체'와 '문어체' 모두 신경 쓰는 겁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격식을 따지지 않을 때와 따질 때를 구별해서 구사할 수 있어야 그게 진짜 실력이겠죠.
그러나, 이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일단은 '규칙'을 존중하는 영어 공부를 하셨으면 합니다. 규칙을 무시하는 건 나중에 실력이 늘어서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되는 거지, 억지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거든요.
cool 이라는 단어.. 요즘 우리도 많이 씁니다.
영화에서 몇 번 들었다고 정확한 뜻도 모른 채 이상한 감탄사나 욕을 내뱉고, 규칙을 무시한 채 속사포 식으로 단어만 뱉어내는 모습.
자기 소개서 한 줄 영어로 못 쓰면서, 영어는 말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문법은 전혀 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모습.
이런 게 cool 하게 보이나요?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이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저에게는 전형적인 uncool 의 모습입니다.
너무 문법에 얽매여 있는 모습 & 너무 문법을 무시하는 모습 - '문법 공부'의 해답은 이 두 모습의 중간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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