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명사에 대해 미리 CN/UN을 정해놓고 생각할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문맥에 따라 CN과 UN을 넘나드는 게 영어 명사들입니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얘기가 길어질지 모르니 느긋하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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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토마토가 있어요.
앞에 나온 아줌마, 사과랑 복숭아 산다고 하다가 마음을 바꿔 토마토 10개를 삽니다. 집에 와서 그냥 먹을까 주스를 만들어 먹을까 고민하다가 주스를 만들기로 하고, 토마토 10개를 한 번에 믹서에 넣고 갈아버립니다.
l 봉지 안에 담겨있던 10개의 토마토 vs. 믹서에서 나와 완전히 죽처럼 돼버린 토마토
분명히 같은 토마토이지만 둘의 상태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이 두 가지가 아무 차이 없습니다. 뭐 어떻게 됐든 토마토는 토마토니까요.
그러나 영어에서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봉지 상태에서는 분명히 하나, 둘 하고 셀 수 있었지만, 완전히 갈아버린 상태에서는 하나, 둘 하고 셀 수가 없게 된 겁니다. 앞의 경우는 셀 수 있는 명사(CN)가 되는 거고, 뒤의 경우는 셀 수 없는 명사(UN) 취급을 하는 게 영어에요.
l a. I bought ten tomatoes on my way home. 집에 오는 길에 토마토 10개를 샀다. (CN)
l b. I should add a little more tomato. 토마토를 더 넣어야겠는데. (UN)
a 문장을 보면 tomatoes라고 복수형이 나온 거에서 CN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b 문장에는 a little 이라는 수식어에서 토마토가 UN이라는 게 보입니다.
자, 지금 내용이 CN과 UN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요소에요.
l 볼 수도 만질 수도 있으면서, 하나, 둘, 셋하고 셀 수 있는 명사는 CN.
l a girl, a desk, a computer, a book, a car, a tomato 등등
지금 나온 명사들이 우아한 말로 하면 '보통명사'.
그러나, 조금 전에 나온 토마토의 경우에서도 봤지만 'tomato=보통명사=CN' 식의 단순한 공식은 금물입니다. 하지 마세요. 문장 내에서 어떻게 나오느냐가 tomato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준입니다.
하나, 둘 셀 수 있었던 토마토. 믹서에 넣고 갈아버리니까 액체 상태가 돼버렸겠죠? 보통 액체 상태에서는 하나, 둘 셀 수 없습니다. 액체가 나온 김에 액체 하나 더 보세요.
l Milk does a body good. 우유는 몸에 좋다.
milk 앞이 허허벌판입니다. CN이라면 이렇게 올 수 없다고 한 거 기억하시죠? 이렇게 액체 상태로 있는 경우는 대부분 UN이 됩니다.
l How much oxygen is in the air? 대기 중에 산소는 얼마나 많이 있나요?
기체일 때도 마찬가지겠죠? how many가 아닌 how much를 보고 oxygen이 UN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나왔던 milk로 다시 돌아갑니다.
액체 상태에서는 보통 셀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시는 종류의 음식들은 대부분이 UN입니다. 그 대표적인 명사들을 적어볼게요.
l beer, coffee, milk, tea, water, wine, yogurt
"물 하나, 물 둘, 우유 하나, 우유 둘" 하고 셀 수는 없겠죠? 그렇다고 얘들을 셀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냥 액체 상태에서는 셀 수 없지만 이걸 어디 담게 되면 셈이 가능해집니다. 셈의 '단위'를 붙여주는 겁니다. 즉, 앞에 '단위 명사'를 붙여서 세는 거죠.
"물 한 잔, 우유 두 컵" 식으로 그 단위를 명시하면 얼마든지 셀 수 있습니다.
l We sat, talked and split two pitchers of beer. 우리는 앉아서 얘기도 하면서 맥주 두 피처를 나눠 마셨다.
피처 두 개가 아니라, 두 병이면 two bottles of beer, 두 캔이면 two cans of beer가 될 겁니다. 재미있는 건, 꼭 이렇게 눈에 보이는 단위만 있는 건 아니에요.
l He took another gulp of beer. 그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gulp는 뭔가를 먹을 때 "꿀꺽, 벌컥"의 그림을 가지면 됩니다. 물론 gulp (down)를 동사로 해서 말해도 되지만, gulp를 명사로 해서 another gulp of beer 라고 하니 색다른 맛이죠?
그럼 gulp의 반대 그림을 갖는 단어는 뭘까요? 마실 때 조금씩 마시는 그림의 단어?
l I took a sip of whisky and set down the glass. 위스키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 놓았다.
네, sip입니다. 역시 동사로 사용해도 되지만 whisky 앞에 명사로 예쁘게 나오고 있습니다.
매일 보던 bottle이나 can 외에 gulp나 sip같은 단어가 나오면 한 번 더 보세요. 영어는 이렇게 실전을 통해서 늘려가는 겁니다.
다른 문장 보세요.
l Let's talk over a cup of coffee. 커피 한 잔 하면서 얘기나 하죠.
l How much is a carton of milk? 우유 한 팩에 얼마에요?
l Love is getting someone a glass of water in the middle of the night. 사랑이란 한밤중에 누군가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예쁘죠? 쿨쿨 자다가도 파트너가 "물 한 잔만"이라고 말하면
눈을 비비며 물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랍니다.
세 문장 모두 액체, UN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이럴까요?
이미 앞에서 강조했지만, 이 정도로 간단하면 '感' 얘기 안 했을 겁니다.
자, 이제부터 왔다 갔다 합니다.
식당에 갔는데 미국 사람 웨이터가 이렇게 말합니다.
l How many coffees for this table, sir? 여기는 커피 몇 잔 드릴까요?
해석은 "몇 잔"으로 했지만 cup은 안 보이네요. 그럼 "커피 몇 개 드릴까요?"가 되겠네요.
이 말을 듣고 "아니 커피 몇 개가 뭐야? 커피 몇 잔이라고 말해야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웨이터도 나름대로 할 말 있을 걸요. "아니, 그럼 당신이 커피를 잔으로 먹을 거지, 뭐 드럼통으로 먹을 거야? 굳이 말 안 해도 몇 잔이라는 건 알아야지"라고. 그러면서 끝까지 how many cups of coffee 라고 안 합니다. ^^
세기 위해서는 보통은 단위 명사를 붙여야 하는 UN의 경우에도, 그 단위를 일반적으로 서로 알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냥 CN 취급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one, two 등을 앞에 붙이고 복수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l How many sugars do you take? 설탕은 얼마나 넣으시죠?
설탕도 마찬가지.
설탕도 굳이 "몇 스푼?"할 필요 없는 거에요. 국자로 넣어 먹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l I'd like two coffees to go, please. 커피 두 잔 가지고 갈 거에요.
커피도 간단하게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앞에서 나왔던 맥주 경우도, 영화나 드라마 보면 "I need a beer"나 "Two beers, please" 자주 나옵니다. 병인지 캔인지는 냉장고 열어보면 알 수 있겠죠.
재미있는 게 물, water에요.
영어와 친한 분이라면 "바다 위의 일정 구역"을 뜻할 때 waters라고 복수 형태가 나오는 거 보셨을 겁니다. 네, 보통 waters하면 이런 뜻이고 우리가 마시는 물과 관련해서 waters가 나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네, '과거엔'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수가 보편화 되면서 상황이 바뀐 겁니다. (뒤에 말하겠지만 '이메일' 때문에 mail의 용법이 바뀐 것과 마찬가지에요.)
l Consumers Quench Thirst with a Flood of Bottled Waters.
어떤 보고서 제목이에요. 갈증 해소라고 말할 때 thirst와 quench는 거의 굳어진 표현입니다. 모 음료에 이렇게 써있는 거 많이 보셨을 거에요. a flood는 '단위 명사', 뭔가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발생할 때 a flood of something 입니다. 지금은 뒤에 생수가 나오니까 a flood가 딱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위 문장은, 지금 시장에 물 밀듯이 여러 종류의 생수가 나오고 있고, 소비자들이 갈증 해소를 위해 이 생수를 즐겨 마시고 있다는 쪽으로 이해하세요.
제일 뒤에 있는 bottled waters 보세요. 이걸 보면 어느 특정 생수 브랜드를 a bottled water라고 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water에 a가 붙는 겁니다. 그리고 위 문장처럼 복수형도 나오는 거구요. 언어는 계속 변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water가 이렇게도 나오니까요.
l I do prefer some waters over others. 난 특별히 좋아하는 생수 브랜드가 있어.
이젠 'water=물질명사=UN' 식으로 보지 않으실 거죠?
그러나, 지금까지 말한 걸 또 한 번 뒤집어야 할 거 같습니다.
앞에서 "UN의 경우, 그 단위를 일반적으로 서로 알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냥 CN 취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 또 항상 그런 게 아닙니다.
'피(blood)'가 그 대표적인 경우. 보통의 경우라면 피는 UN입니다. (피 하나, 피 둘, 이렇게는 안 하죠). 액체이기 때문에 UN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우리는 수혈을 하게 되면 cc라는 단위를 쓰지만 미국에서는 pint라는 단위 명사를 붙입니다. 모든 국민이 pint라고 알고 있다고 해서, "뭐, 그럼 pint 안 붙이고 그냥 blood를 CN으로 봐도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그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l I gave two bloods last year. 이렇게는 안 하고,
l I gave two pints of blood last year. 이렇게 하는 게 보통입니다.
헷갈립니다. 마구 왔다 갔다 합니다.
외우려고 하지도 말고 하나의 규칙을 찾으려고도 하지 마세요. 그냥 읽어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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