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줌마. 우아한 걸음으로 과일 가게 앞을 지나가다 걸음을 멈춥니다.
l
과일
장수: 사과
맛있어요. 좀
사가세요.
아줌마: 어~~~ 사과들
열
개에
얼마에요? 아니다, 사과들은
다섯
개만
하고
복숭아도
사자.
아줌마아~~ 사과들
다섯
개하고
복숭아들
다섯
개
주세요.
과일 장수: (얘, 뭐니?) %@$#
뭔가 좀 이상하죠?
다름 아닌 "사과들, 복숭아들"', 이 두 표현이 우리 귀에 상당히 거슬립니다. 우리말에서는 사과가 두 개 이상이라고 꼭 "사과들"이라고 하지는 않거든요. 아니, 오히려 그걸 너무 지키게 되면 아줌마처럼 더 이상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거꾸로입니다. 다섯 개의 사과를 가지고 "사과들"이라고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입니다. 사과는 셀 수 있는 명사이기 때문에 다섯 개일 때는 당연히 apples라는 복수 형태가 와야 합니다. 영어의 명사에는 CN과 UN이 있고, 지금처럼 CN 여러 개를 말할 때는 반드시 복수 형태를 적어야 합니다. (UN일 때는 '여러 개'라는 개념 자체가 없겠죠?)
그럼 우리는 왜 "사과들" 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과가 다섯 개니까 논리적으로 "사과들"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요. 아마도 우리말 명사 자체에 센다(count)는 개념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겁니다. 살아 오면서 우리말 갖고 "얘는 셀 수 있는 명사고 쟤는 셀 수 없는 명사래."라는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똑같은 명사지만 영어의 명사는 셀 수 있는 명사와 그렇지 않은 명사가 뚜렷이 구분되고 우리말은 그렇지 않다는 점, 바로 이 점이 두 언어의 근본적 차이 중 하나입니다.
l 사과 하나는 an apple / 사과 다섯 개는 five apples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도 다 알만한 내용. 그래서 쉽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조그만 더 들어가면 쉽다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지금까지 본 문법책에 대표적으로 나온 명사 몇 개가 전부라는 생각, 그것만 암기하면 시험은 대강 볼 수 있다는 생각, 영어를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은 버리세요.
CN & UN --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암기가 아니라 이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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