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말'이 아닌 '지식'으로만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이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l 고유명사, 추상명사, 물질명사, 집합명사, 보통명사
우리가 오랫동안 떠받들어 왔던 문법책에는 약속이나 한 듯 명사를 다음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한 번 적어 볼까요?
l 고유명사 - 고유명사는 말 그대로 한 명사에만 고유하게 속하는 명사로 대문자로 쓰기 시작하죠. 가장 쉬운 예로 여러분의 이름이나 나라 명을 생각하면 됩니다.
l 추상명사 - 추상명사는 추상적인, 즉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나타내는 명사를 말합니다. time, peace, success 같은 단어 생각하세요.
l 물질명사 - 물질명사는 일정한 형태가 없는 명사를 말하는데 그냥 쉽게 액체, 기체, 고체 등을 생각하면 됩니다. milk, wood, oxygen 등이 있겠죠.
l 집합명사 - 집합명사는 말 그대로 그 안에 있는 여러 원소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의 명사입니다. 집에 있는 책상이나 침대 등을 하나로 말할 때 나오는 furniture가 대표적인 예.
l 보통명사 - 보통명사는 가장 일반적인 개념의 명사를 말합니다. 모든 명사가 보통명사라면 정말 영어가 쉬울 텐데요 (그럼 재미는 없어지겠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book, computer, cup, telephone 등이 모두 보통명사입니다.
다른 분류할 때도 말했지만, 저 자체가 우리에게 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영어의 명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공하고 있거든요. "어~ 저렇게 나눠서 보는 방법도 있구나. 재미있네." 정도에서 그치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것을 가지고도 "역시" 시험 문제를 만들어 냈던 게 우리 영어 교육이었습니다. 보기로 명사 네 개 달랑 나오고 "다음 중 추상명사가 아닌 것은?"이런 식으로. 물론 지금은 이렇게는 안 나오겠지만 (설마 아직도?),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저와 비슷한 세대라면 영어 한동안 안 하다가 다시 영어책 집어 들면서 저 다섯 가지 명사 구분부터 다시 공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 그럽니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실제 영어 하는 데 아무 지장 없는 놈들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영어의 명사를 나누면 저렇다더라."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영어와 전혀 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저 분류를 가지고 명사 학습을 시작해서는 결과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자, 영어의 명사를 볼 때는 저렇게 다섯 가지 말고 '셀 수 있는 명사(Countable Noun)'와 '셀 수 없는 명사(Uncountable Noun)'로 나눠서 보세요.
위 다섯 가지 분류가 우리를 어떻게 헷갈리게 하는 지 아세요?
l room은 '보통명사'이므로 셀 수 있다.
l water는 '물질명사'이므로 셀 수 없다.
l success는 '추상명사'이므로 셀 수 없다.
이렇게 나와버리니 '보통명사' '물질명사' '추상명사'의 정의를 꼭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무슨 명사' 부분이 아니라 '셀 수 있다 or 셀 수 없다' 부분이거든요.
그리고, room은 항상 셀 수 있고 water는 항상 셀 수 없는 쪽으로 고정관념이 생깁니다. 그러다가 꼭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됩니다. 셀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그런데, 그런 경우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예외'라고 부르기에 미안할 정도로 많이 나옵니다.
그럼 짜증납니다. 결과는? 영어책 다시 집어 던지면서 아무 죄 없는 영어 욕하겠죠.
그냥 쉽게 가는 게 어떨까요?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세요. 어떤 명사는 '무슨 명사'라고 미리 분류할 필요도, CN인지 UN인지 미리 단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CN이 될 수도, UN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네, 그 '상황'이 어떤 건지를 제대로 알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물론 이것도 간단하지는 않지만 "무슨 명사니까 셀 수 있다 혹은 셀 수 없다" 식으로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사람답게' 영어를 배워갈 수 있습니다. 아무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다섯 가지 중 어느 명사인지 외우기만 하는 '로보트' 영어는 얼마 못 가 무너집니다.
아직도 다섯 가지 분류법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면, 혹시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요?
일단 가르치기에 정말 편합니다. '영어에는 1~5번까지의 명사 종류가 있고, 1, 2, 3은 셀 수 없고 4, 5는 셀 수 있다'라고 그리고 대표적인 명사는 이러이러한 게 있다고 가르치면 되거든요. 시험 영어에서도 유용합니다. 명사 몇 개 가지고 문제 내면 되니까요.
배우는 입장에서도 무지 편합니다. 그렇게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되거든요. 다섯 개 외우는 데 시간 얼마 걸리겠어요?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이 분류 방법 역시 우리에게 커다란 '착각'을 안겨준다는 게 정말로 큰 문제입니다.
시험에 나오는 특정한 명사 몇 개가 전부라는 '착각.' 그 명사 몇 개가 다섯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 지만 알면 명사는 대충 끝난 거 아니냐는 '착각.'
중요한 건 '기본 개념'입니다. 누구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라면 그냥 명사 분류법 하나 던져 주고 끝내는 것보다는 적어도 기본 개념은 가르쳐 주고 스스로 터득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는 명사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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