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거의 세계 - 25 퍼센트의 가능성

말을 수치로 표현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가능성이라는 차원에 봤을 때 '단순 추측'은 50 퍼센트, '사실의 반대'는 거의 0 퍼센트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 중간이 있습니다. 수치로 하자면 25 퍼센트?? 아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채 20 퍼센트도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로 if절에 should가 올 때입니다. 다음 두 문장 보세요.

l        a. If you fail this exam, you can always take it again next year.

l        b. If you should fail this exam, you can always take it again next year.

이번 시험 떨어져도 언제든지 내년에 다시 볼 수 있다는 문장이죠?

a 문장은 이미 많이 봤던 형태네요 붙을 수도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b 문장처럼 if절에 should가 들어가면 그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다시 말해, "설마 떨어지기야 하겠니?"가 깔려있는 거죠. 이런 should 는 우리말 "혹시라도" 라고 생각하시면 그 어감이 올 겁니다. "혹시 이번에 떨어져도 내년에 다시 보면 돼." 정도.

물론 앞에 나왔던 '사실의 반대' 보다는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예를 들어, 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초등학교 산수 시험을 보는 정도라면 If you failed this exam, 하는 게 어감이 더 들어맞을 겁니다. 물론 그 교수 놀리려면 If you fail this exam, 하면 될 거고요. ^^

한가지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if절에 should가 있다고 무조건 "혹시라도" 라고 하지는 마세요. 중요한 건 문맥입니다. 예를 들어,

l        I haven't decided if I should go or not.

이럴 때는, 가야 할 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뜻. 즉, should 의 다른 용법 "~ 해야 한다"의 뜻입니다. 결국 관건은 "문맥"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혹시라도' 어감의 should 대신 흔히 나오는 표현으로 happen to do가 있습니다. 이렇게 happen 다음에 to 부정사가 오면 "우연히 ~ 하다"의 뜻이거든요.

l        If he should [happen to] show up, don't let him in! 혹시 그 사람이 나타나도 절대 들여보내지마.

l        If you should [happen to] meet Eric, tell him to give me a call. 혹시라도 에릭 만나면 나한테 전화하라고 전해줘.

l        If you should see him, tell him to come to my office. 혹시 그 사람 보면 내 방으로 오라고 전해줘.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게 있어요. "혹시라도"의 should는 주어와 자리바꿈이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if는 생략됩니다.

l        If you should have any questions about it, please feel free to call us.

l        Should you have any questions about it, please feel free to call us.

기업 홈페이지 같은 곳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문구에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럴 때 should를 쓰는 게 더 좋겠죠. 자기네 입장에서는 설명을 잘 해놓았으니 궁금하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지만 완전히 없다고 확신은 못 하니까 should가 오는 게 적절할 거에요.

비슷한 성격의 문장 하나만 더.

l        Should you wish to unsubscribe from any services in the future, please email us. 앞으로 혹시라도 저희 서비스 이용 중지를 원하실 경우에는 메일로 알려주세요.

어떤 회사든지 사용자가 서비스 해지하는 걸 원하지는 않겠죠. 역시 그래서 shou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