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의 잔재

먼저, 지금 영어에 남아있는 가정법의 잔재를 볼게요. (잔재.. 어감 안 좋네요^^)

1. 인칭/시제에 관계없이 동사원형이 나오는 경우.

이거 역시 우리 시험 문제의 단골이라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뭐 시험에 기어이 나온다면 답을 맞게 적어야겠지만, 심하게 말하면 무시해도 괜찮은 문법 사항이에요. 

만약 구어체에서 이렇게 말한다면 "너무 우아하고 고상하게(formal)" 들릴 겁니다. 뭐 격식을 따지고 평소에 말을 글처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마 이렇게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시 쳐다볼지도 모릅니다.

너무 우아한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 군대 간 남친을 배반하고 돌아서버린 여자.. 마음 독하게 먹고 기다리면 되는데 그걸 못 참고..

그런데, 그 여자를 원망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남자. 마치 햄릿처럼.

l        Frailty, thy name is woman!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니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 반응이… "쟤 원래 저런 놈이야? 그 여자 떠난 게 싸다 싸" 할 지도…^^

햄릿이 했던 저 말을 극단적인 구어체로 바꿔 볼까요? (그냥 재미로. ^^)

l        Hey yo, girls, you're so darn wishy-washy.

물론 이 두 가지 중간에 여러 표현이 있겠지만.. ^^

자, 이렇게 햄릿처럼 우아하게 보이고 싶으면 지금 나오는 예문처럼 that절에 과감하게 동사원형을 쓰세요.

문장 보기 전에 미리 말하자면, 이 문장들 어감은 "내 생각에는 이렇게 돼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네." 라는 쪽이에요. 그래서 자신의 바람이나 주장, 느낌을 가정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자야 할 시각인데 안 자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여기서는 시제나 인칭에 관계없이 동사원형이 온다는 것만 다르다고 기억하세요.

1) suggest, recommend, insist, demand 등의 동사가 올 때

l        The doctor recommended (that) he give up smoking. 의사는 그에게 담배를 끊을 것을 권했다.

l        He demanded that I be sent to jail. 그는 나를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that 절의 동사들을 가만히 보면 give, be 모두 동사원형(원형부정사)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that 절에 should를 넣어서 말해주는 게 더 일반적입니다.

l        The doctor recommended (that) he should give up smoking. -- 일반적

l        The doctor recommended (that) he give up smoking. -- 문어체 (햄릿 버전)

2) important, essential, imperative, desirable, crucial 등의 형용사가 올 때.

l        It is essential that every user change their password as soon as possible. 모든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가능한 빨리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l        It is desirable (that) he be retained in custody, rather than released on bail. 그가 보석으로 석방되기 보다는 계속 수감 상태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역시, should를 넣어서 말하는 게 더 일반적입니다.

 

2. 사실의 반대되는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 느낌, 후회 등을 표현하는 경우

이럴 때는 시제가 달라집니다. 앞으로 자세히 살펴볼 내용이에요.

l        Would you hold my hand if I saw you in Heaven? 내가 널 천국에서 만나면 내 손을 잡아주겠니?

l        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 때도 있다.

l        I think it is time you did some cleaning. 이제 청소 좀 할 때가 된 거 같은데.

자, 얘들이 우리가 이제부터 자세히 살펴볼 놈들입니다.

공식, 그거 잠깐 잊으세요.

그냥 물 흘러가는 대로..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대로.. 그렇게 가보는 겁니다.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면 공식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