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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센터의 '최종병기' 샤킬 오닐

JJun ™ 2006. 2. 4. 00:22
 

지난 수십년간 NBA에는 역사를 풍미한 빅맨들이 있었습니다.

백인이면서도 어마어마한 체구를 자랑하며 림 위에서 펼쳐지는 고공농구의 서막을 연 조지 마이칸, 기록으로 말하자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전설 그 자체인 윌트 체임벌린. 그리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우개이자 수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빌 러셀과 NBA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가진 명센터인 압둘 자바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위에 열거한 빅맨들은 NBA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아로새기며 자신들의 시대를 따로 구분짓게 만든 아이콘들이었습니다. 압둘 자바를 마지막으로 사라지나 싶었던 위대한 센터의 계보는 놀랍게도 한 시대속에서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올라주원과 유잉, 로빈슨과 브래드 도어티라는 4대 센터의 출현은 리그의 동서를 양분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고 팬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빅맨들의 시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질만큼 그들은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었습니다. 4대 센터들이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신인시절부터 팀의 기둥으로 자리잡았으며 이후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리그를 호령하는 더 맨 들이 되었죠(다만 도어티만이 부상으로 일찍 은퇴해버렸죠).

그들만으로도 모자랐는지 리그에는 또다시 젊은 두 사나이가 도전장을 내밀게 됩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오닐과 다음에 소개할 알론조 모닝의 등장이었습니다.. 윌트 체임벌린과 빌 러셀의 재현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던 1992년 5월 17일의 드래프트에서 1번 픽은 마법처럼 올랜도에게 돌아갔고 올랜도의 관계자는 미리 준비한 오닐이란 이름이 적힌 져지를 들어보이며 환호했습니다. 비록 자신에게 퍼펙트 월드는 레이커스이지만, 항상 퍼펙트 월드를 바랄수는 없다며 매직에 합류하게 된 오닐은, 데뷔하자마자 전년도에 21승밖에 올리지 못한 팀을 바로 5할승률로 끌어올리며(+20승) NBA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이전의 4대 센터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파워에 더하여 믿을수 없는 민첩함까지 동시에 지닌 오닐은 오래지 않아 4대 센터 중 브래드 도어티의 빈 자리를 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비록 신인시절, 볼 핸들링이 서툴었고 턴오버도 많았으며 파울관리도 잘 안되었지만 그가 골밑에서 보여주는 파괴적인 덩크와 위압감은 그를 신인답지 않은 거물급 센터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리복에서는 그를 회사의 미래로 여겨 파격적인 대우 아래 '샤크' 시그니쳐 모델을 제공하였으며 올랜도 구단의 입장수입과 줄무늬 져지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올랜도의 마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41승이라는 5할의 성적에도 불구, 거짓말처럼 올랜도는 1번 픽을 연속으로 얻게 되고, 이제 올랜도는 샤크를 보좌할 리딩가드를 고를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워리어스 구단과의 정해진 약속에 따라 올랜도는 1번픽의 주인공 크리스 웨버와 3번픽의 앤퍼니 하더웨이를 맞트레이드 하게 됩니다.

올랜도의 팬들은 오닐-웨버의 막강 골밑을 포기한 이유에 대하여 의아해 하였지만, 하더웨이는 묵묵히 코트에서 팬들의 불만을 잠재웁니다. 매직과 압둘 자바 이후의 NBA를 이끌어갈 21세기형 가드-센터 콤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죠. 비록 그들이 함께 한 순간은 그리 길지 못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슈퍼 듀오였습니다.

지금은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해버린 페니이지만, 오닐과 함께 하던 시절의 페니는 언터처블이었습니다. 감각적인 패스와 정확한 외곽슛, 포인트가드로써는 최장신급의 신장으로 앨리웁을 펑펑 찍어대던 화려한 플레이로 말이죠. 누구의 말이었는지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1:1로 막는다는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더블팀을 붙이면 어느새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 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당시 페니의 평가는 이정도였습니다.

올드팬들이 그시절의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겠죠?

다이나믹 듀오는 50승을 기록하며 미래의 팀으로써 팬들에게 올랜도 매직의 이름을 각인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오닐은 리그 득점1위, 리바운드 3위, 필드골성공률2위, 블록슛6위에 오르며 팀을 리드했습니다.

지구 2위의 좋은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돌입한 매직은, 아쉽게도 강팀이었던 인디애나 페이서스에게 패하고 맙니다. 다음시즌, 오닐과 페니의 호흡이 무르익은 매직을 당할 팀은 드물었습니다. 매직이 리그에 참가한지 겨우 6번째 시즌에 그들은 57승을 올리며 디비젼 우승을 차지하였고, 전통의 강호 보스턴 셀틱스를 물리치면서 황제 조던이 극적으로 컴백한 시카고와 맞붙게 됩니다.

이 시리즈는 조던의 농구생애 최악의 장면으로 알려지게 되고, 올랜도는 놀랍게도 시카고를 이기고 동부 결승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매직은 전 시즌의 빚이 있는 페이서스를 맞아 깨끗이 앙갚음하며 꿈에 그리던 파이널 진출에 성공합니다. 시카고에서의 3번의 우승경험이 있던 호레이스 그랜트를 제외하고 모두 처음 맞는 결승전이었던 94-95 파이널 시리즈는, 최전성기를 누리던 올라주원의 로케츠와의 승부였습니다. 첫 게임에서 젊은팀다운 패기로 시종일관 로케츠를 압박하던 매직은, 경기 후반에서 믿기지 않는 닉 앤더슨의 4연속 자유투 실패와 연장전에서의 올라주원의 팁인슛에 무너지고 맙니다.

또한 센터인생의 절정기를 누리던 올라주원의 환상적인 플레이 앞에 오닐은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4연승으로 휴스턴은 감격의 백투백을 이루었고 올랜도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95-96시즌, 올랜도는 더 강해졌습니다. 팀 사상 최초로 60승을 기록하며 지구 1위를 차지하고 기세좋게 플옵에 진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앞에는 72승의 불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불스는 평균 16.7점 차로 올랜도를 스윕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첫 60승 시즌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프리에이전트로 풀린 오닐은 퍼펙트월드로 생각해왔던 레이커스로 이적하게 됩니다. 이미 블루 칩스라는 영화에 출연한 전력이 있고 샤크디젤이라는 음반도 발매했던 엔터테이너 오닐에겐 엘에이와 헐리웃은 꿈에 그리던 무대였습니다. 레이커스는 오닐을 보좌할 가드, 코비를 데려오며 새천년 콤비를 이룩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닉 밴 엑셀과 에디 존스, 엘든 캠벨로 이어지는 라인업에 오닐의 가세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였습니다.

비록 오닐은 무릎부상으로 51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지만, 팀은 그동안 38승13패라는 좋은 성적을 올리며 오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였고, 블레이저스와의 첫 경기에서 오닐은 무려 46점을 올리며 제리 웨스트가 셀틱스전에서 기록한 53점 이후 팀 플옵 개인 최다 득점을 기록하였습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만난 유타는 그해 파이널에 올라간 최강팀이었고, 레이커스는 4-1로 패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됩니다.

97-98 시즌, 레이커스는 에디 존스- 닉 밴 엑셀-코비로 이어지는 젊고 화려한 공격농구로 다시금 +60승 시즌을 치뤄냅니다. 오닐이 부상으로 20경기를 결장하였지만 그 동안에도 13승7패를 올리며 예전의 레이커 왕조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댓가로 레이커스는 15시즌동안 한 팀에서 4명의 올스타를 배출하는 첫 팀이 되는 영광을 누립니다. 그 4명의 올스타는 정규시즌 내내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며 마지막 25경기에서 22승을 올리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블레이저스를 3-1로, 시애틀을 4-1로 꺾으며 재즈를 향해 돌진합니다. 그러나 재즈는 레이커스를 맞아 4-0으로 가볍게 스윕하며 다시금 파이널에 올라갑니다. 오닐의 반지는 그렇게 또 한해 멀어져갔습니다. 단축시즌이었던 98-99시즌, 레이커스는 짧은 시즌만큼이나 분주한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오닐과 함께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잡은 코비를 팀의 축으로 남기고 에디 존스와 엘든 캠벨을 호네츠의 글렌 라이스, J.R 리드와 B.J 암스트롱과 트레이드하였으며, 5개의 챔피언 반지를 지닌 백보드의 지배자, 데니스 로드맨과 계약합니다.

오닐은 평균 26.3점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아이버슨의 26.8점에 근소한 차로 득점 1위를 넘겨주게 됩니다. 이적생 글렌 라이스는 평균 17.5점을 팀에 보태주었고 코비는 19.9점을 기록하며 엘리트 가드로 올라섰습니다. 팀은 31승19패를 기록하며 플옵에 진출하였고 서부 준결승에서 샌 안토니오에게 4-0으로 패하면서 32년간 6번의 우승을 맛본 명예로운 홈구장,

더 포럼에서의 마지막 플옵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새천년을 맞이한 99-00시즌, 레이커스는 18,997석의 위용을 갖춘 새 홈구장, 스테이플스 센터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랬다고, 새천년의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레이커스는 불스 왕조의 지휘자였던 감독 필 잭슨을 야심차게 영입합니다. 잭슨은 불스의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지도하던 텍스 윈터를 비롯한 코치들을 데려오며 새로운 전술을 레이커스 팀에 전수하였습니다. 그리고 A.C그린을 비롯하여 론 하퍼, 존 샐리, 브라이언 쇼등의 베테랑들을 팀에 합류시키면서 레이커스에 경험과 깊이를 더하였습니다.

빈틈없이 짜여진 레이커스는 16연승을 포함하여 첫 30게임에서 25승을 올리며 파죽지세로 질주하였습니다. 첫 16연승 이후에도 19연승을 올렸으며, 이후에 또 11연승을 올리게 됩니다. 레이커스는 한 시즌에 세번의 두자릿수 연승을 기록한 오직 3팀중 하나의 팀으로 이름을 올리며 67승 15패로 최고 승률팀의 자리에 등극하였습니다.

플옵에서 킹스를 맞아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끝에 승리하였으며, 피닉스를 4-1로 물리치며 숨을 고르나 싶었지만 그들의 앞에는 서부 올스타팀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블레이저스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블레이저스에는 오닐과 매치업이 가능한 빅맨이 4명이나 있었으며 그들은 24개의 파울을 돌아가면서 할 수 있다며 오닐을 압박하였습니다. 시리즈는 피를 말리는 7차전 승부가 되었고 마지막 경기에서 번지 웰스의 득점쇼로 4쿼터가 시작될 즈음, 블레이저스는 13점차로 앞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기적적으로 게임을 뒤집었으며 허탈해하는 블레이저스의 선수들을 뒤로 하고 드디어 파이널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서스와의 파이널을 4-2로 승리하며 드디어 오닐의 손에는 우승반지가 주어졌습니다. 또한 오닐은 정규시즌 MVP, 올스타전 MVP, 파이널 MVP를 독식한 세번째 선수가 되면서 200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습니다.

일단 불이 붙은 오닐과 코비의 콤비는 아무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전년도에 비해서는 부진한 출발을 보였지만 밀레니엄 콤비는 플옵에서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였습니다. 결승전에서 필라델피아의 4개의 방패와 하나의 잭나이프에 일격을 당할때까지 레이커스는 블레이저스, 킹스, 스퍼스라는 최강팀들을 줄줄이 스윕하는 믿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규시즌 MVP 아이버슨을 맞아 오닐과 코비는 1패 이후 4연승으로 백투백을 이룩하였으며, 오닐은 또다시 파이널 MVP에 오르는 영광을 만끽하였습니다.

01-02시즌, 레이커스는 첫 17게임에서 16승을 올리며 불스의 95-96시즌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합니다. 오닐의 부상으로 인하여 전력 누수가 염려되었지만 코비는 오닐이 없는 팀을 훌륭히 이끌었고 올스타주간이후 돌아온 오닐과 코비는 팀을 58승 24패라는 리그 2위의 좋은 성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서부 3번시드를 받은 레이커스는 3년 연속으로 블레이저스와 마주하였습니다. 로버트 호리의 2.1초를 남기고 작렬한 극적인 위닝 3점슛으로 블레이저스를 3-0으로 꺾은 레이커스는, 여세를 몰아 스퍼스를 4-1로 가볍게 이겼습니다.

그리고 서부 결승에서, 예전의 '퀸즈' 발언으로 레이커스와 오닐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던 킹스와 서부의 패권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어느 팀이 우승해도 부족함이 없었던 최강팀들의 대결에서, 시리즈는 역시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였습니다. 마지막 7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전 끝에 웃은 팀은 레이커스였고, 킹스는 가장 우승에 가까웠던 한 해를 눈물을 삼키며 마감하게 됩니다. 키드가 이끄는 뉴저지 네츠와의 결승전, 인사이드 자원이 탐탁치 않은 네츠를 상대로 오닐은 평균36.3득점에 12.3리바운드라는 괴력쇼를 보여주면서 네츠의 골밑을 완전히 유린하였습니다.

레이커스는 4-0으로 네츠를 물리치고 조던과 피펜의 불스 이후 처음으로 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닐의 파이널 MVP는 리그 3연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룡점정이었죠. 전년도에 이미 오닐이 부상으로 빠진 팀을 이끌며 더 맨으로써의 자질을 보여주었던 코비의 기량이 만개하면서, 1월과 2월의 더 맨은 코비가 되었습니다. 리그의 가장 강력한 센터인 오닐은, 3월달에만 31.6점과 11리바운드, 2.88블록을 기록하면서 팀을 11승5패로 이끌었고 레이커스는 크리스마스 이후 39승을 올리며 리그 두번째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였습니다.

정규시즌을 50승32패로 마친 레이커스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엘에이로 연고지를 이전한 이후 26번째의 +50승 시즌을 기록하며 무려 61.8%의 역대 최고 평균 승률과 최다승 기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네소타와의 6게임 시리즈를 승리한 이후 레이커스는 4연패를 목표로 로빈슨의 마지막 시즌을 맞아 전의를 불태우는 스퍼스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되었던 5차전, 스퍼스는 25점차로 여유있게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이커스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4.7초를 남기고 두점차까지 추격하였습니다.

그리고 인바운드 패스가 이어진 시점에서 시간은 3.6초가 남아있었고 공은 필요할때마다 클러치슛을 성공시켜주었던 로버트 호리의 손에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에서 익숙한 슛이 날아갔고 모든 선수들과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공의 궤적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공은 림에 들어갔다 나왔고 스퍼스는 이미 우승한것처럼 기뻐하였습니다.

결국 6차전만에 스퍼스는 시리즈를 가져가고 파이널에서 스퍼스는 은퇴하는 로빈슨에게 최고의 선물로 우승반지를 선사하게 되었습니다. 03-04시즌, 칼 말론과 게리 페이튼이라는 각 포지션에서 NBA정상을 다투는 노장들이 팀에 합류하였고 그들은 반지원정대라 불리며 리그를 압도하였습니다. 적어도 12월 21일 피닉스 선즈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경기에서 칼 말론은 부상을 당하고 이후 39게임을 벤치에서 보내게 됩니다.

페이튼은 트라이앵글 오펜스에 잘 적응하지 못하였고 이미 더 맨이 될 실력이 있음을 증명한 코비는 자신이 오닐에 이은 두번째 옵션이라는 사실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듯 코비의 돌출행동은 그동안 오닐과 코비를 잘 추스리며 3연패를 이끌었던 필 잭슨 감독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플옵에서 데릭 피셔의 0.4초를 남기고 들어간 위닝샷은 팀에 활력을 되찾아 주었지만, 디트로이트와의 파이널에서, 레이커스는 고군분투한 오닐의 활약에도 불구, 패배하고 맙니다.

코비는 성폭행추문과 관련하여 법정을 들락날락했으며 경기에서는 상대 수비수 테이션 프린스에게 묶여버렸습니다. 승리할때는 조용했지만 패배한 이후에는 잡음이 생기기 마련인지, 코비는 위험수위의 발언을 했고 이는 오닐의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그리고 필 잭슨에게도 말이죠. 결국 필 잭슨의 재계약 포기를 시작으로 페이튼이 팀을 떠나고 말론은 수술대에 올랐으며 오닐은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됩니다. 제리 버스 구단주는 이제 팀을 빠른 농구를 하는 팀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말했지만 속내는 결국, 두개의 태양 중에 젊은 코비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었죠.

코비가 아니면 자기를 선택하라던 필 잭슨은 미련없이 팀을 떠났고 우승이 유력해보였던 반지원정대는 한 시즌만에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렸습니다. 현재 코비는 놀라운 스탯을 보여주며 레이커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토록 자신이 바라던 더 맨의 위치에서 말이죠. 그리고 오닐은 히트로 옮긴 이후 팀을 단숨에 우승후보로 만들며 동부의 패자로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말이죠. 어찌되었든 시즌은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레이커스의 성적은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히트요? 물론 동부지구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플옵에 오르지 못할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한 인터뷰에서 오닐에게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레이커스 시절이 그립지 않은가?' 오닐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대답했습니다. '전혀 그립지 않다' 고 말이죠. 보통은 인터뷰자리에서 립 서비스일지라도 좋은 말을 하기 마련인데,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 것을 보면 코비와 팀에게 느꼈던 섭섭함이 어느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또한 오닐은 말했죠, '나는 대통령이다, 나는 조지 부쉬다, 내가 레이커스 왕조를 건설했다' 라고 말이죠, 그의 강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발언입니다. 거만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그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둘의 사이는 현재로서는 나아질 가망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둘의 경쟁구도가
NBA를 더 재미있게 하는것 같아 즐겁습니다^^;;) 요즘 자주 보이는 단어가 '오닐 효과' 더군요. 굳이 오닐에게 한정짓지 않더라도 강력한 센터가 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일 것입니다. 히트의 경기 박스스코어를 찾아보시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히트의 페인트존 득점은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상대에게 우세합니다.

오닐이 있으니 당연한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올 시즌 오닐의 평균득점은 사상 최저였던 작년 시즌과 별다르지 않습니다.(21.8점이군요) 반면에 팀의 공격 리더인 웨이드의 평균득점은 전년대비 +8점입니다. 놀라운 일이죠. 물론 그의 기량이 만개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오닐의 인사이드 장악이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는 생각하기 힘들군요. 떠오르는 3점 슈터로 각광받는 데이먼 존스의 성적 역시 +4점이군요. 더욱 놀라운건 3할대 중반에 그치던 3점슛 성공률이 리그 정상급인 4할2푼으로 치솟은 것입니다. 오닐과는 상관이 없는 일일까요?

데뷔한지 2년째인 포워드 하슬렘의 기록 역시 전년대비 +4점, +2.4리바운드라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군요. 그 결과로 이번 시즌의 마이애미는 작년과는 전혀 다른팀이 되었습니다. 페인트존 득점과 속공 점수를 박스스코어에 따로 표시하는 이유중의 하나로, '팀이 얼마나 효율적인 득점을 하고 있는가' 라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경이적인 슛 성공이나 엄청난 자유투 성공등의 변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팀의 슛 성공률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볼 때 가장 높은 확률로 점수를 따내는 방법은 바로 페인트존 공격과 속공이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인사이더가 있는 팀은 자연스럽게 페인트존을 지배하며 상대팀에 비하여 안정적인 확률농구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죠. 골밑으로 이어지는 패스로 손쉽게 득점하는 센터, 그리고 슛 실패에 대한 부담감 없이 던지는 슈터, 상대팀의 빗나간 슛을 잡아 속공으로 연결하는 센터. 이것은 모두 강력한 인사이더가 있는 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오닐을 보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어마어마한 덩치와 스피드를 타고났으니 그만한 성적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지' 라구요.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의 어마어마한 덩치와 스피드에 가려진 오닐의 엄청난 노력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팬들이 6-10의 큰 신장에 엄청난 운동능력을 보여주었던 숀 켐프와 켐프보다 더 크면서 올 어라운드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빈 베이커를 기억하고 계실텐데요. 그들의 전성기때 모습과 이후 체중조절에 실패한 모습을 비교해보면 자기관리의 중요성과 동시에 불어난 체중을 컨트롤하는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 수 있습니다. 오닐은 자신의 몸에 강철같은 근육의 갑주를 두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런 체구로도 거의 운동능력과 민첩성을 잃지 않고 말이죠.

그런 노력으로 흘린 땀의 댓가로 오닐은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페인트존에 발을 디딘 오닐이 공을 넘겨받는 순간, 상대팀의 빅맨들은 공포에 질리게 됩니다. 오닐의 공격루트를 모르는 수비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알고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는 강력한 파워와 덩치를 이용하여 상대 수비를 뚫고 슛을 성공시키거나 자유투를 얻어냅니다. 데뷔 초기의 힘에 의존하는 공격 일변도에서 발전하여, 자신이 몰고 다니는 수비수의 틈 사이로 패스를 찔러 줄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팀들로썬 오닐을 막기 위해 별의 별 작전을 고안해보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핵어샥이라는 작전이 해답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블레이저스처럼 빅맨들을 마구 사모으지 않는 이상 쉽게 구사하기 힘든 작전입니다. 오닐을 막기위한 핵어샥으로 자기팀의 주전센터가 파울트러블에 걸리게 되면 그 자리를 기량이 떨어지는 백업이 맡게 되고, 주전들도 막기 힘든 오닐에게는 손쉬운 미스매치가 됩니다.

또한 핵어샥 작전의 맹점 중 하나는, 잦은 자유투로 인하여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고, 속공을 전개할 기회를 잃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팀의 전체적인 공격횟수를 줄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빙의 승부에서는 오닐을 상대할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무조건 파울을 하는 수 밖에요. 하지만 경기 전체를 두고 핵어샥을 사용하는건 비효율적인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오닐의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것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찰스 바클리가 말했죠, '오닐의 자유투 성공률이 70%에 달한다면 리그의 룰을 바꿔야 한다' 고 말이죠. 코트에 서 있기만 해도 두려운데 자유투라는 약점도 없다면... 경기 결과는 너무나 뻔해져 재미가 없겠죠. 따라서 오닐의 존재는 지역방어라는 극약처방이 리그에 도입되게한 빌미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상대팀들은 오닐을 막기 위해 크게 두가지의 방법을 선택합니다. 오닐을 막느냐. 오닐에게 집중되는 패스를 막느냐. 이 두 가지를 놓고 고심하게 되는 것이죠. 오닐을 혼자서 막을수 있는 센터는 리그를 통틀어 몇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오닐에게는 항상 더블팀과 함정수비가 기다립니다. 조금이라도 림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목표로 말이죠. 그리고 오닐에게 집중되는 패스를 막기 위해, 오닐을 제외한 선수들에게 계속 오닐이 공을 받기 힘든 쪽으로 트랩을 걸고 밀착마크를 시도합니다. 지역방어가 허용된 지금은 대놓고 오닐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엄청난 체력과 까다로운 전술의 이해가 요구되는 방법이기에 항상 실효를 거두지는 못합니다. 해답이 있다면 오닐을 1:1로 막아주는 것인데. 반복되는 말이지만 그럴 수 있는 센터가 몇명이나 있습니까? 지금의 리그에 말이죠. 그 해답을 제시한 올라주원은, 오닐을 대부분의 시간동안 1:1로 막음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는데요, 오닐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기보다는 오닐을 혼자 막음으로써 오닐의 팀 멤버들이 누리는 효과를 상쇄시켜버린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오닐은 이제 NBA에서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루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이 있다면 마이애미를 우승으로 이끄는 일이겠죠. 또한 오닐은 상복만큼이나 항상 좋은 가드들을 만나는 인복도 있는것 같습니다. 예전의 페니, 코비, 그리고 웨이드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물론 그들에게서 최고의 재능을 이끌어낸 최고의 조력자는 오닐 자신이겠지만 말입니다. 전설의 명 센터들과 마이클 조던의 시대는 역사속으로 사라져갔고 지금의 NBA는 단연코 오닐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성기를 살짝 지난 나이이고 던컨이나 가넷등의 엘리트 빅맨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말이죠.

하지만 올시즌 오닐이 보여주는 모습은 참으로 여유롭습니다. 그의 통산 게임당 평균 출장 시간은 37.6분에 달하지만 이번 시즌 오닐의 출장시간은 평균 34.8분에 불과합니다. 게임마다 한쿼터정도는 그냥 쉬면서 승부처에 코트로 나설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는 결론입니다. 그를 수비할 수 있는 센터중의 하나인 벤 월러스의 38분에 비교한다면, 시즌 전체로 봤을 때 거의 240분, 7경기정도를 덜 뛰는 셈이 되는군요.

게다가 우리 팀의 리더는 웨이드라고 추켜세워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좋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닐이 합류한 히트는, 창단 처음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전력과 팀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 더 모멘텀을 맞이한 것이죠. 칼 말론이 과연 히트로 복귀할것인가 스퍼스로 복귀할것인가 하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가 정말 우승을 원한다면 히트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론과 페이튼이 작년시즌 레이커스를 선택한 이유가 코비나 필 잭슨보다는 오닐의 존재가 크게 작용한것처럼 말이죠. 제2의 윌트 체임벌린이라는 말은 이미 오닐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되었습니다. 오닐은 21세기의 시작을 분명히 자신의 시대로 아로새긴 위대한 센터이기 때문입니다. 훗날 사람들이 전설의 센터들을 얘기할 때, 오닐의 이름은 자랑스럽게 오닐 그 자체로 존재할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와 동시대를 사는 저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란것두요.

스윙맨들의 시대에 오닐은, 농구의 가장 단순한 진리인 페인트존 장악력으로 센터 포지션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최종병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조던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저는 이미 그 논쟁의 결론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조던은 오닐입니다. 포지션을 가드로 한정시키지 않는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