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7일은 LA 레이커스가 NBA기록을 세운 지 34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제리 웨스트와 윌트 채임벌린이
중심이 된 LA 레이커스는 71-72시즌, 33연승의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며 정규시즌에서 69승13패의 대기록을 수립했고, 이는 95-96시즌
시카고 불스에 밀려날 때까지 한 시즌 최다승으로 남아 있었다.
라이벌을 끌어들인 레이커스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는 NBA의 대표적 라이벌이었다. 오늘날에는 두 팀의 전력이 떨어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60년대부터 두 팀은 ‘서로 져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강력했다. 보스턴 왕조의 초석을 닦은 레드 아워백 감독은 빌 러셀이 복통을 호소하자 “가서 토하고 와서 뛰어라”라고 말할
정도로 레이커스 전 패배를 싫어했고, 매직 존슨은 “레이커스 경기가 있는 날 락커룸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며 그날의 긴장감을 대신 전한다.
보스턴 팬이 레이커스 선수들이 묶고 있는 호텔에 잠입해 간밤에 비상경보기를 울리고 도망간 사건도 있을 정도로 두 팀의 지난 관계는 치열, 그
자체였다.
그런 레이커스가 빌 셔먼을 감독으로 영입했을 때,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다. 셔먼은 ‘보스턴 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셀틱스에 모든 것을 바쳐왔던 인물이었기 때문. NBA 역사상 야투 성공률 40%를 넘긴 첫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그는 밥 쿠지와
함께 네 번 NBA 우승을 거머쥐었다. 반대로 제리 웨스트가 이끌던 레이커스는 2,761승 1,722패로 승률 61.6%를 기록, 정규시즌 통산
최고 승률을 기록하곤 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60년대 NBA 파이널에서만 일곱 번 셀틱스에게 패하면서 우승에
‘한’이 맺혀있었다. 60년에 미니애폴리스에서 연고지를 옮긴 후 한번도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셀틱스의 영웅을 레이커스가
감독으로 영입하자, 두 도시뿐 아니라 전국 언론이 떠들썩 했던 것은 당연했던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셔먼은 LA란
도시와 전혀 연관이 없던 인물은 아니었다. 고향은 텍사스였지만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나왔고 그 당시 야구와 농구 선수로서 명성을 떨친 바
있었다.
최고의 조력자들
지휘봉을 잡은 셔먼은 레이커스의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당시 레이커스는 채임벌린이
35세, 웨스트가 33세로 은퇴가 머지 않았던 시점이었기에 다른 누군가가 폭발해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한 경기 72점을 올리기도 했던
‘비운의 선수’ 엘진 베일러가 무릎 부상으로 은퇴하는 탓에 조력자의 존재는 절실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을 도운 이가 바로 게일
굿리치와 해피 헤어스톤, 짐 맥밀란이었다. 185cm의 정상급 가드였던 굿리치는 25.9득점으로 웨스트와 함께 주득점원을 맡았고, 헤어스톤은
사이드 리바운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단신 포워드였던 헤어스톤은 셔먼 감독의 부탁을 받아 득점을 포기하고 리바운더로서 채임벌린의 부담을
덜어주었는데, 채임벌린과 함께 뛴 포워드 중에 리바운드 1,000개 이상을 걷어낸 선수는 헤어스톤이 유일할 정도로 71-72시즌의 그는 뛰어난
블루칼러 워커였다. 그 외에도 벤치에는 릴로이 엘리스, 팻 라일리(현 마이애미 감독), 짐 클레몬스(현 뉴올리언스 코치) 등이 포진해 있었다.
물론, 팀이 전반적으로 베스트 5 의존도가 높긴 했지만 말이다.
레이커스는 막강했다. 굿리치와 웨스트가 각각 25.9점과
25.8점으로 리그 득점 5위와 7위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웨스트는 평균 9.7어시스트로 리그 1위에 있었고, 채임벌린은 19.2개로 리바운드
1위에 올랐다. 레이커스는 이에 힘입어 평균 121.0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 2위였던 피닉스 선즈보다 5점이나 많은 점수였고, 실점도
전체6위로 준수했다.
33연승의 금자탑
레이커스는 71년 11월5일부터 72년 1월9일까지 NBA 역사에 남을
연승행진을 달렸다. 그들은 72년 1월7일, 애틀란타 호크스를 134-90으로 꺾으면서 33연승째를 기록했고 이는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다
연승기록으로 남아있다. 비록 이 기록은 이틀 뒤, 카림 압둘-자바와 오스카 로버트슨이 맹활약한 서부(당시) 최고의 팀, 밀워키 벅스에 의해
중단되긴 했지만 그 사이 보여준 저력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레이커스는 71-72시즌에 69승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66-67시즌 필라델피아가 세운 68승을 앞지른 역대 최다승으로 남게 되었다. 또한 원정에서 올린 31승7패의 기록도 역대
최다승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가 돌입하자 레이커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존 하블리첵, 돈 넬슨, 데이브 코웬스, 돈 체이니
등이 이끌던 보스톤 셀틱스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구단이었고, 전년도 우승팀이었던 밀워키 벅스도 카림 압둘-자바와 오스카 로버트슨 콤비가 물에
오른 조직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라운드에서 제리 슬로언(현 유타 감독)의 시카고 불스를 4-0으로 완파한 레이커스는
2라운드에서 밀워키 벅스와 맞붙으면서 적잖은 고전을 해야 했다. 이는 사실상의 NBA 파이널이었기 때문이다.
빌 셔먼 감독은 훗날
영상 회고록에서 “33연승을 달리고 69승까지 거둔 상황에서 모두들 우리를 우승후보라 했지만, 그만큼 부담도 엄청났다”고 말한 바 있다. 벅스는
1차전에서 93-72로 레이커스를 대파했다. 당시 압둘-자바와 로버트슨 콤비는 나이가 들었던 채임벌린-웨스트보다 무기가 많은 콤비였다. 특히
절정에 오른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 슛은 어느 위치에서든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1차전에서 부진했던 짐 맥밀란이
42점을 폭발시키면서 2차전에서 135-134의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이를 발판 삼아 시리즈를 4승2패로 마무리 짓고, 결승에 진출,
윌리스 리드가 부상으로 빠진 뉴욕 닉스에 비교적 여유 있게 우승할 수 있었다. 셔먼 감독은 당시 “2차전에서 졌다면, 우리의 역사도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24년 만에 깨진 최다승
레이커스의 시즌 69승은 이후에도 종종 위협을
받아왔다. 바로 다음 시즌, 보스턴은 68승14패를 기록하면서 레이커스 아성에 도전했고, 래리 버드의 기량이 절정에 오른 85-86시즌에도
67승15패를 기록했다. 91-92시즌의 시카고 불스 역시 중반에 14연승, 13연승을 거듭하면서 37승5패를 기록, 언론으로부터 “한 시즌
최다승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결국 67승15패로 시즌을 마감한 바 있다.
그러나 불스는 끝내 그 기록을
경신하고 만다. 바로 95-96시즌, 평균 105.2득점과 92.9실점이라는 무려 12.2점의 득/실 마진을 기록하는 위력을 보이면서
72승10패의 위력을 달성했던 것. 레이커스가 벅스에 의해 33연승 기록이 멈춰졌다면, 불스는 벅스를 상대로 7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시카고는 96-97시즌에도 69승을 기록하면서 ‘왕조’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NBA 역대 최다승률 10위안에 이름을 올린
구단은 모두 여섯 개 구단이다. 이들 모두 확고한 슈퍼스타를 중심으로 위력을 떨쳤는데, 단 한 팀만이 우승을 거두는데 실패했다. 72-73시즌의
셀틱스가 바로 그들이다. 셀틱스는 동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뉴욕 닉스와의 혈투 끝에 4승3패로 물러났고, 그 해 닉스는 레이커스와 ‘전설적인’
NBA 파이널 리턴매치를 치르면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새로운 최다승 팀, 나올 수 있을까
올 시즌은 불스가
72승을 올린 지 딱 10년째 되는 시즌이다. 99-2000시즌 LA 레이커스가 67승15패의 금자탑을 세운 이래, 그간 70승을 진지하게
노려볼 만한 전력의 팀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시즌 피닉스 선즈가 31승4패로 시즌을 시작했을 때 많은 이들이 선즈의 돌풍을
기대했으나, 이내 스티브 내쉬의 부상으로 6연패를 당하면서 기록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된 바 있다.
이번 시즌은 어떨까.
현재로서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시즌 최다승 팀의 가장 유력한 팀이다. 1월25일 현재 86.8%라는 가공할 만한 승률(33승5패)을 기록 중인
피스톤스는 공격과 수비 모두 절정에 이른 짜임새로 리그를 제압하고 있다. 남은 시즌 원정 연전이 다소 수월하고, 이틀 연속으로 치르는
‘백-투-백’ 경기 상대 역시 강 팀이 아님을 감안해볼 때 전문가들이 “과연 몇 승이나 올릴까”를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단지, 주전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벤 월라스의 건강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은 우려되는 점이다.
스포츠에서의 새로운 기록은 늘 역사를
빛내고, 팬들을 즐겁게 한다. 과연 어떤 팀이 불스와 레이커스가 쌓아 올린 노력과 땀의 결실을 재현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NBA 역대 최다승 기록
1.
95-96시즌 시카고 72승10패 (87.8%)
2.
71-72시즌 LA 레이커스 69승13패 (84.1%)
96-97시즌 시카고 69승13패
(84.1%)
4. 66-67시즌 필라델피아 68승13패 (84.0%)
5. 72-73시즌 보스턴 68승14패 (82.9%)
6.
85-86시즌 보스턴 67승15패 (81.7%)
91-92시즌 시카고 67승15패
(81.7%)
99-00시즌 LA
레이커스 67승15패 (81.7%)
9.
46-47시즌 워싱턴 49승11패 (81.6%)
10.
70-71시즌 밀워키 66승16패 (80.5%)
홈 최다승 기록
1.
85-86시즌 보스턴 40승1패 (97.6%)
2.
49-50시즌 로체스터 33승1패 (97.1%)
3.
49-50시즌 시라큐스 31승1패 (96.9%)
4.
49-50시즌 미니애폴리스 30승1패 (96.8%)
5.
46-47시즌 워싱턴 29승1패 (96.7%)
6.
86-87시즌 보스턴 39승2패 (95.1%)
94-95시즌 올랜도 39승2패
(95.1%)
95-96시즌 시카고 39승2패
(95.1%)
96-97시즌 시카고 39승2패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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