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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 오펜스 (MotIon Offense)

JJun ™ 2006. 2. 2. 10:44

LA 레이커스와 뉴저지 네츠의 2002년 NBA 파이널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제이슨 키드의 대결뿐 아니라 전술과 전술간의 만남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바로 트라이앵글 오펜스(LA 레이커스)와 모션 오펜스(뉴저지 네츠)가 그것. 오랜 역사를 지닌 두 공격 전술은 동부, 서부의 두 강호를 NBA 결승으로 올려놓아 눈길을 끌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션 오펜스(MotIon Offense)
비록 트라이앵글과 모션 오펜스의 맞대결은 샤킬 오닐이 강한 골밑 지배력을 보인 레이커스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모션 오펜스는 오늘날 NBA의 많은 구단들이 주요 전술로 사용하거나 일부 수용하고 있는 공격 전술 중 하나다.

특히 새크라멘토 킹스의 피트 캐릴 코치가 도입한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 (Princeton Motion Offense)’는 킹스 어시스턴트 코치를 거친 현직 감독들이 그들의 소속팀에 적용시키면서 ‘유행’에 가까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이는 유럽이나 중남미에서조차 농구코치들이 캐릴에게 수업을 듣고 배워갈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현재 NBA에서는 새크라멘토, 뉴올리언스 호네츠, 유타 재즈, 샌안토니오 스퍼스, 뉴저지 네츠, 워싱턴 위저즈, 올랜도 매직, 필라델피아 76ers, 덴버 너게츠 등이 모션 오펜스를 부분적으로 사용 중이다.

모션 오펜스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농구가 다섯 명이 함께 하는 ‘팀 경기’인 만큼,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인 플레이를 최소화하고, 백도어, 기브-앤-고, 픽-앤-스크린 등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비-이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가장 확률 높고, 손 쉬운 득점 루트를 찾아내는 것이 모션 오펜스의 기본 목표이다. 그만큼 실책도 적고 슛 성공률이 좋다.

대학농구 명장 바비 나이트 감독은 “모션 오펜스는 비-이기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모든 선수들에게 균등하게 볼이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을 통해 우리 팀의 가장 뛰어난 슈터와 커터(cutter)를 살려주는데 주력했다”며 모션 오펜스가 갖고 있는 특성을 설명한다. 모션 오펜스의 특징은 ‘예측 불가능’에 있다. 연습 중 터득한 개개인의 여러 커팅 플레이, 스크린 플레이가 유기적인 조합을 이뤄 골 밑에서든, 중거리에서든, 혹은 3점슛 거리에서든 오픈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짐 울드릿지 감독은 “모션 오펜스는 모두에게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 있어 대단히 선호하는 공격이다. 모두가 득점을 할 수는 없어도, 득점 과정에 모두가 일조한다는 점에 있어 모션 오펜스의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지금도 ‘모션 오펜스’하면 전문가들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명장면, 바로 프린스턴 대학이 강호 UCLA와의 1996년 NCAA 토너먼트 종료 3.8초 전에 성공시켰던 막판 백도어 컷 득점도 바로 모션 오펜스가 갖고 있는 ‘협동’과 ‘예측 불가능’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프린스턴은 질라니 맥코이, 찰스 오배넌 등이 있는 UCLA에 43-41으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션 오펜스는 또한 게임 리더가 꼭 포인트가드일 필요가 없고, 슈터가 꼭 2-3번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일부 아마농구 코치들은 스크리너 (볼을 가진 선수에 대한 스크리너/볼이 없는 선수에 대한 스크리너로 구분), 슈터(팀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 슈터가 두 명이냐, 한 명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패서(빅 맨들이 패스에 큰 역할을 맡는다) 등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 짓고 모션 오펜스를 풀어나가지만, 재능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농구에서는 상황에 따라(case-by-case) 그 역할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
그 중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는 NBA 뿐 아니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와 같은 대학 농구 팀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프린스턴 오펜스는 킹스의 패트 캐릴 코치가 프린스턴 대학 감독을 맡고 있을 시절에 도입한 것으로서, 당시 듀크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농구 명문에 비해
리쿠르팅 경쟁에서 한 수 뒤질 수 밖에 없었던 프린스턴 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즉, 전술로 신체적 열세를 어느 정도 커버하겠다는 것.

운동능력이나 개인 기술이 떨어져도 모션 오펜스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규칙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면 대등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캐릴 코치의 철학이었고, 이는 강호가 즐비했던 NCAA 토너먼트에서 효과를 보면서 화제가 되었다. 그는 엘리트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아이비리그의 프린스턴을 11번이나 NCAA 토너먼트에 진출시켰고, 14번이나 NCAA 최저실점 1위에 팀을 올려 놨다.

캐릴이 사용한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는 기존의 모션 오펜스에 60년대 보스턴 셀틱스와 70년대 뉴욕 닉스가 사용하던 오펜스에서 컨셉트를 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0년대에 보스턴은 존 하블리첵, 돈 넬슨, 데이브 코웬스, 빌 셔먼, 탐 헤인손 등 영리한 백인 ‘전설’들을 구성해 아홉 차례나 우승한 바 있고, 뉴욕도 빌 브래들리, 데이브 드부셔, 윌리스 리드를 중심으로 70년과 73년에 우승을 거둔 바 있다.

이 프린스턴 오펜스에는 크게 15가지 규칙이 있다. 그 중에서 핵심적인 조건은, 첫째로 빅 맨들의 패스와 슈팅 능력. 페인트 존에서 원활한 움직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빅 맨이 상대 수비수를 끌고 밖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빅 맨이 위협적인 슈팅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 경우 윙이나 하이-포스트 부근에서 가드들을 위한 스크린도 가능해진다. 두 번째로 움직임이 좋은 슈터가 있어야 한다. 플레어(flare)나 컬(curl)과 같은 끊임 없는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현혹시키기는 것은 모션 오펜스의 필수조건이며, 기본 목표이다.

프린스턴 오펜스의 NBA 데뷔
새크라멘토는 선수시절 캐릴 코치 밑에서 농구를 배웠던 조프 페트리 단장이 은사를 팀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고용하면서 황금기를 맞았다. 모션 오펜스 도입은 성공적이었다. 패싱 능력이 뛰어난 빅 맨, 크리스 웨버와 블라디 디박, 볼 없을 때의 움직임이 좋고 커터와 패서의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덕 크리스티, 슛이 뛰어난 페자 스토야코비치 등은 릭 아델만 감독이 추구하던 농구에 효율성을 더 해주었다.

포인트가드이자 NBA 정상급 ‘강심장’을 지닌 마이크 비비, 바비 잭슨, 브래드 밀러 등도 마찬가지로 하이-포스트에서 시도되는 픽-앤-롤, 픽-앤-팝과 함께 새크라멘토 농구를 단시간에 NBA 정상급으로 올려 놓는 데는 이 같은 모션 오펜스가 큰 힘을 발휘했다.

닥 리버스 보스턴 감독은 “이 공격에는 ‘신뢰’가 느껴진다. 보통 오펜스에서 ‘커팅’이라 함은 자기 자신을 위한 컷이지만, 프린스턴 오펜스에서의 커팅은 동료들을 위한 커팅이다. 내 득점이 아닌, 팀 득점을 위해 이토록 많은 움직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신뢰로 똘똘 뭉쳐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모션 오펜스에 찬사를 보냈다.

그렇다면 모션 오펜스와 새크라멘토가 사용하는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모션 오펜스도 듀크,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 등 많은 대학마다 저마다 특성이 있기 마련이지만, 프린스턴 오펜스에서는 특히 빅 맨들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즉, 빅 맨은 하이-포스트 (바비 나이트 코치는 ‘스트롱사이드(strong side) : 볼이 있는 구역’를 하이-포스트라 생각하고, ‘위크사이드(weak side) : 볼이 없는 구역’를 볼이 없는 구역으로 간주하라고 말하기도 했다)에서 공격을 시작해 안쪽으로 움직이거나 기습적으로 파고드는 슈터, 커터 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킹스의 모션에서는 그 비중이 다른 팀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킹스가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디박이나 밀러, 웨버와 같은 볼 핸들링이 좋고 ‘패스를 즐기는’ 빅 맨들이 있었던 데 있었다. 실제로 05-06시즌에도 밀러는 5.2 어시스트로 팀 2위에 올라 있고, 킹스의 저력이 최고조에 올랐던 01-02시즌에는 네 명의 선수가 평균 3개, 혹은 그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웨버는 그 당시 플레이에 대해 “우리는 9~10가지 옵션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농구를 이해하고 다음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들의 수비 경향에 맞춰 우리는 나름대로 질서있게 움직이면서 효율적인 득점을 올렸다”고 말한다.

비록 빅 맨은 아니지만, 뉴저지는 제이슨 키드가, 워싱턴은 앤트완 재미슨이나 길버트 아레나스가 그 패서의 역할을 맡으면서 그 효율성을 더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 구단에 모션을 주입한 인물은 바로 에디 조던이라는 사실이다. 새크라멘토 시절 캐릴 밑에서 농구를 배웠던 조던 코치는 프린스턴 신봉자다. 그는 네츠에서 제이슨 키드를 설득해 모션 오펜스를 머리 속에 꿰도록 했고, 각 패턴마다 5~6개의 옵션을 두어 시즌을 꾸려갔다. 로렌스 프랭크 감독은 “킹스와 네츠가 실행하는 프린스턴의 차이는 단 하나, 킹스가 바운스 패스로 표현된다면 네츠는 앨리웁 패스라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뿐이다”라 그 차이를 설명한다.

그는 위저즈에서도 볼 호그(Ball Hog) 성향이 짙었던 아레나스, 래리 휴즈 등으로 하여금 모션 오펜스의 기본을 익히는데 트레이닝 캠프의 거의 대부분을 소비했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리고 두 팀에서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키드와 함께 NBA 파이널 진출의 짜릿한 경험을 했던 바이런 스캇 뉴올리언스 감독도 “프린스턴 오펜스는 올드 스쿨 농구다. 드리블, 패스, 슛. 세 가지만 제대로 하면 절반은 이룬 셈이다”라 말한 바 있다.

프린스턴은 아니지만, 유타도 제리 슬로언 감독이 박스 (포인트가드가 탑에 있고, 네 명이 사각형 형태로 진형을 구성한 상태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모션 오펜스를 꾸준히 사용 중이며, 필라델피아는 모리스 칙스 감독이 크리스 웨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간헐적으로 이용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출신의 조지 칼 덴버 감독 역시 프린스턴과는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밀워키 벅스 시절부터 꾸준히 어느 부분 모션을 차용하고 있다. 이는 그의 스승이었던 딘 스미스나 선배, 더그 모(덴버 어시스턴트 코치), 래리 브라운(뉴욕 닉스 감독)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다.

모션은 아무나 하나?
02-03시즌, 덕 칼린스 감독은 워싱턴 위저즈에 모션 오펜스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끝내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마이클 조던(20.0점), 제리 스택하우스(21.5점), 래리 휴즈(12.8점) 등 다양한 상황에서 고득점을 올릴 수 있고, 패스 능력도 좋은 선수들은 많았지만, 모션 오펜스가 갖고 있는 기본 원칙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킹스는 모션이 시도되었다가 실패되었을 경우 곧장 다른 옵션으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단련이 잘 되어 있었지만, 워싱턴은 워낙 부상이 잦았고, 아이솔레이션 의존도도 높았던 팀이기에 모션 오펜스 도입은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빅 맨들의 능력도 문제였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마이크 몽고메리 감독도 모션 오펜스에 대해 책을 쓰고 강의를 했을 정도로 박식한 지식을 갖춘 감독이지만, 정작 워리어스에서는 모션 오펜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휴스턴 로케츠도 마찬가지. 제프 반 건디 감독은 트레이시 맥그레디 공백기 동안 야오밍과 가드들을 활용한 모션을 아주 잠시 시도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무리 효율적인 오펜스라 해도 충분한 준비(선수 구성, 전술 이해 등)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90년대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여러 팀이 시도했지만, 오히려 선수들로부터 ‘지루하다’, ‘어렵다’며 반박을 샀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기와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오늘날의 농구 무대에서, 다섯 명 모두가 합심해 팀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NBA 감독들의 노력은 높이 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