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장면을 보고 당신은 NBA 선수중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강백호가 신현필과의 리바운드 대결에서 제자리 점프를 세번이나 하면서 결국엔 공을 손끝으로 톡톡 쳐내 리바운드를 따내던 저 모습.
NBA 그 선수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지 않은가?
아마 만화 슬램덩크(Slam Dunk, 1993년 이노우에 다케히코作)의 주인공 강백호가 실존 인물 이였다면 NBA의 그 인물을 존경한다면서 했을 법한 이야기다. 슬램 덩크를 읽은 수 많은 독자들의 공통된 생각 일수도 있고 필자만의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강백호의 롤 모델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와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했던 데니스 로드맨(Dennis Rodman)과 가장 흡사하다.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지만 코트에 처음 들어선 순간 사고 뭉치에 팀원들과 대립한다는 부분에서, 그리고 대립하던 그들과 함께 농구를 하면서 결국에는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가 된다는 부문에서,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꼭 필요한 그런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흡사하다. 수 많은 기행과 엽기적인 사고를 일으키면서도 5번의 챔피언쉽, 7번의 디펜시브 팀, 2번의 올해의 수비상, 7번의 리바운드왕을 차지했던, 아직도 수 많은 매니아의 배드 보이(Bad Boy)들에게 큰 형님뻘로, 공경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데니스 로드맨.
『 목차 』
① 어린 시절
② 디트로이트
③ 샌안토니오
④ 시카고
⑤ 끝맺음
어린 시절부터 이것 저것을 해보는게 취미였던 데니스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 어려운 사춘기를 보내다가 우연히 농구를 접하면서 농구에 빠져들었고 사우스오크 크리프 고등학교 2학년말에 처음 농구부로 가입했다. 고등학교때에는 학업 성적과 발전 가능성의 이유로 농구팀에서 쫓겨나 매일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해야 하는 댈러스 공항의 경비원으로 생활한적도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당시 175cm에 불과하던 그의 신장이 3년새 29cm나 자라 204cm,98kg 신체 조건을 갖추게 되면서 그의 가능성을 본 NAIA(NCAA와는 또 다른 대학조직)에 소속해 있는 사우스 이스턴 오클라호마 주립대로 입학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로 입학한후 데니스는 그전과 다르게 팀 포지션 선수중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고 4학년때 평균 24.4득점,17.8리바운드를 기록하고 NBA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86년 드래프트에서 데니스는 당시 NCAA선수도 아니였으므로 지명된 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데니스를 눈여겨 본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척 데일리 감독이 드래프트 2차 전체 27위로 그를 지명하면서 데니스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 입단하게 된다.
NBA진출후 " 자네는 누구지? " 라는 기자의 질문에 " 무명 선수다. 무명 학교 출신의 무명 선수다. " 라고 소감을 밝혔던 데니스는 댈러스(데니스는 20살까지 달라스의 할렘가에서 생활했다)로 , 그 거리로, 그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척 데일러라는 스승이자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엄청나게 성장해 나갔다. 슛보단 스크린 , 덩크보단 박스아웃, 개인 플레이보단 팀 플레이를 중시하면서, 스스로 납득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미친듯이 농구에 몰입했다. 그리고 그 몰입이 절정에 달했을때 데니스는 아이재이아 토마스, 조 듀마스와 함께 배드 보이즈의 중심으로써 2번의 챔피언쉽(1989, 1990)을 획득 할 수 있었다.
『 나의 리바운드란 아무런 의미 없이 높이에 의지해 한 번 높이 뛰어오르기 보다 나의 심장과 열정의 크기로 여러번 자주 뛰어 오르는거다. 나는 NBA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리바운드를 잡아내야 한다고 내 마음을 단련시켜 왔다. 만일 그 볼을 잡아내지 못하면 나는 댈러스로 , 그 거리로, 그 지옥으로 돌아가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 데니스 로드맨(리바운드에 대해서) 』
오랜 방황 끝에 이루어낸 엄청난 성장, 삶이라는것에서 처음 만난 진정한 친구들, 그리고 2번의 챔피언쉽. 하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데니스와 배드 보이즈는 미디어의 엄청난 비난과 토마스의 은퇴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데니스가 존경했던 척 데일리 감독은 뉴저지로, 데니스가 사랑했던 부인과 아이는 다른 남자에게로 떠나면서 그는 또 한번의 방황의 길을 걷게 된다.
『 신은 나를 버렸다. 척 데일리는 오늘의 피스톤즈를 땀흘려 세운 사람이다. 갑자기 신은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있다 . 나는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살할 것이다. - 데니스 로드맨(척 데일리의 뉴저지행에 대해) 』
데일리 감독과 사랑했던 부인이 떠난 후 데니스는 목적 의식없이 행동했고 여러가지와 핑계와 사고로 팀 연습에 지각과 불참을 반복했다. 결국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션 엘리엇과 데이비드 우드를 데려오기 위해 데니스를 아이새야 모리스와 함께 샌안토니오 스퍼스로 트레이드한다.
『 스퍼스는 진정한 리더가 없는 팀이다. 로빈슨은 모세가 살았던 시대였다면 모세의 제자로서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 주었겠지만 현재는 절대 모세의 시대가 아니다. 로빈슨은 자기 주장이 강한 선수들을 이끌기엔 역부족인 나약한 선수고 우리를 파이널로 인도하지 못했다. - 데니스 로드맨(데이비드 로빈스에 대해서)』
위의 데니스의 말과 같이 스퍼스 이적한 그는 외형상으로 볼품있게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과 트윈 타워를 구성, 화려한 스탯으로 스퍼스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그와 스퍼스는 생각하는 방향과 규칙이 달랐고 틀어졌다. 결국 데니스는 락커룸 리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로빈슨에 대한 불만과 당시 스퍼스에서 프런트진으로 활동하던 그렉 포포비치(현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와의 엄청난 감정대립으로 또 한번 월 퍼듀와 트레이드, 마이클 조던이 복귀한 시카고 불스로 이적하게 된다.
불스에 온 이후에도 데니스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자신 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밀담을 즐겼지만 그는 불스와 함께 하게 되면서 진정으로 농구와의 뜨거운 연애를 다시 시작 할수 있게 되었다. 스승 척 데일리가 떠난 이후 잃었던 농구라는 게임과의 열렬한 싸움을 승리를 위한 그들의 열정과 하나가 되면서 다시 재 진행하게 된 것이다. 말썽꾼 일뿐이라는 주위의 우려도 만만치 않았으나 마이클 조던과 필 잭슨 감독이 "트라이 앵글 시스템에 그렇게 빨리 적응한 선수는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농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마치 다 알고 있는것처럼 너무나 잘해 주었다.
『 척 데일 리가 내 곁을 떠난 순간부터 나의 열정은 저하되고 있었다. 수 많은 선수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들과 나는 향하는 방향이 달랐다. 이유따윈 말할 수 없지만 일치하지 않는 것은 대화뿐만이 아니였다. 왠지 싫은 느낌에서가 아니라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말하는 나의 주장도 나에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으로 판단됐다. 그 당시 나에게 가장 절실했던것은 그 어떤 어려운 장애도 함께 뛰어 넘을 수 있는 파트너였다. 나는 그들과 만났고(시카고 불스의 일원들) 승부에 집착할 수 있었으며 매 경기 내 열정을 다해 플레이 할 수 있었다. - 데니스 로드맨(불스에 대해서)』
경기에 집중한다면 그 어느것에 대해서도 간섭하지 않는 감독 필 잭슨, 세계가 공인한 진정한 리더 마이클 조던, 농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조력자 스코티 피펜, 그리고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뭉친 나머지 전사들. 그들과 함께 데니스는 승리라는 것을 목표로 하나가 될 수 있었고 시카고 불스에 없어서는 안될 일원으로서 다시 태어났다.
필자의 경우는 직접보지 못한 피스톤즈의 데니스보다 직접보고 경험한 불스의 데니스가 좀 더 감동적인데 그의 포스를 느겼던 수 많은 경기중 단 하나를 소개하라면 1996년 5월 19일 NBA 플레이 오프에서 역사상 초 빅매치로 예상되던 시카고 불스와 올랜도 매직의 이스턴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 경기를 예로 들겠다. 1차전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예상과는 달리 불스가 매직을 그 해 시리즈중 가장 화끈하게 말 그대로 갖고 논 게임인데 1차전의 최종 스코어는 불스 121: 매직 83 이였다. 그날의 주역은 역시 삼총사 그리고 토니 쿠코치(스카티 18점 8리바운드, 데니스 13득점 21리바운드, 마이클 21점 7리바운드, 토니 12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였는데 이 경기에서 데니스의 진가는 그 어느때보다 확실히 발휘된 것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특히 열정적으로 리바운드를 따내던 그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는데 샤크가 점프하지 못하게 교묘하게 팔짱을 낀후 샤크가 그의 팔을 빼내려고 몸으로 밀자 마치 과도하게 밀린것처럼 넘어지며 오펜스 파울을 이끌어 냈던 장면, 호레이스 그랜트에게 리바운드 포지션을 잃자 그의 무릎에 조심스럽게 기대며 점프하지 못하게 했던 장면, 또 여러번의 볼탭으로 샤크의 거대함을 무력화 시켰던 장면은 정말 그가 농구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처럼 대단했다. 이렇게 불스의 일원으로서 3년을 함께한 데니스는 피스톤즈에서의 영광을 재현하면서 다시 3번의 챔피언쉽을 획득하게 된다.
샤킬오닐을 상대로 힘들어 하던 그들에게 데니스는 이야기했다. "리바운드나 수비를 할 때 과도한 힘이나 몸짓에 의존하기 보단 보다 많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 다음 공과 자신의 눈을 하나로 만들도록해. 점프나 과도한 몸짓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데니스의 충고 이후 그들은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샤킬오닐을 보다 효과적으로 마크할 수 있었고 나는 그가 팀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임을 다시 상기했다.
- 필 잭슨
그의 겉모습만 보고 많은 사람들은 데니스를 말 많은 떠벌이로 생각하지만 그는 말하는걸 그 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락커룸에 모여 모두가 한 마디씩 할 때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혼자 그것에 몰두하는 것이 그의 모습이다. 그저 경기장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묵묵히 리바운드를 따내는 그의 모습처럼 말이다. - 마이클 조던
더티할 정도로 상대 공격수를 물고 늘어지고 자신보다 키 큰 상대를 비웃듯 리바운드를 따내고 상대 수비수조차 이해할수 없는 3점슛을 던지지만 그는 매 경기 자신의 열정으로 대륙을 항해하고 힘차게 날아서 종단을 알리는 나팔을 울렸다. 그건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열정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와 우리 모두는 언제나 그의 열정과 함께다. - 스코티 피펜
Epilogue
항상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며 열정적으로 공을 쫒아다니던, 가끔 씩은 슛을 쏜다기 보다 공을 던져버린다는 편이 어울리는 자유투와 외곽슛을 쏘지만, 확률높은 골밑슛으로 10점내외를 득점하고, 무득점을 올리는 경기조차 게임의 흐름을 자신의 팀으로 가져올 수 있는 사나이. 마이클 조던이 득점을 위해 슛 모션을 취할때 리바운드를 위해 온 신경을 그에게 주시하고, 스코티 피펜이 날개 돋힌 듯 솟구쳐 레이업을 던질때 리바운드를 위해 자신을 영역을 보호하고, 스티브 커가 빈 공간에서 3점슛을 던질 때 리바운드를 위해 또 한번의 점프를 준비했던 최고의 리바운더 데니스 로드맨.
그가 완벽하게 살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뜨겁게 살았다고는 당당히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그는 지금까지 농구를 해오면서 그에게 쏟아지는 질릴 만큼의 질문들, 질려 버릴 만큼의 의심의 끝에서 나름대로 긴장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면서 오직 자신만의 스타일과 마인드로 살아 남았다. 때로는 허세 부리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뒤에서는 그에 따른 노력을, 때로는 그 무엇이 도리에 어긋나 비안정적으로, 낙관주의의 틀로 흐를 때에도 옳은 말은 했던게 그이다.
우리는 지금의 NBA를 보며 그가 활약하던 그 때를 그리워 한다. 말없이 떠난 그의 모습을 그리워 하며 회상에 잠기고 추억에 눈을 뜨지만 멀리 비치는 그의 뒷 모습은 어느세 아득히 멀어져 희미해지는 그림자만이 남은 느낌이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고 깨닫고 보면 그 시절은 아직도 멈춰있지 않고 흐르고 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멤버도 매년 바뀌지만 세상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는 아직도 뛰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전사는 영원한 것처럼 말이다.
Hidden Track
▷ 그하고 내가 코트에서 뒹굴고 섹스를 할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 (매직 존슨의 에이즈와 복귀에 대해, 그는 나중에 머리에 에이즈 리본 모양으로 염색을 하기도 했다.)
▷ 당신은 지금 나의 수비에 잘못이 많다고 지적했나? 나의 수비가 범법행위 정도에 해당한다고 말했나? 내가 테크니컬 파울을 먹고도 동의 하지 않는 멍청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나? 그렇다면 내가 왜 당신이 그토록 지지하는 재즈와 칼 말론이 우승할수 없는지에 대해 알려주지. 당신이 그토록 지지하는 칼 말론과 그의 친구는(존 스탁턴) 천사를 가장한채 숨어서 범법 행위(더티 플레이)를 저지르고 있다. 하늘에 있는 나의 신은 범법자와 그가 이끄는 친구들이 절대 꿈을 이루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Karl은 절대 MJ와 같은 위대한 선수로 대접받을수 없다. 왜냐면 칼은 MJ와는 정반대로 나를 더티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범법자에게 물러나지 않는다. (칼 말론과 수비에 대해서.)
▷ 나는 득점을 할 필요없다. 나는 끼워 맞추기 퍼즐의 한 조각으로서 상대 팀을 꺾기 위해 게임에 출장하는것이다.
▷ 나는 항상 느슨해지지 않으려고 싸우고 있다.
▷ 한 경기 한 경기 사명감을 가지고 뛰어라. 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할 때 습관처럼 박혀있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내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요즘 nba 선수들은 멋드러 지게 덩크는 잘해도 자신 앞에 승부의 추를 결정짓는 상황이 오면 그 자리에서 겁에 질려 버린다. 항상 다른 목적 없이 승리만을 생각하며 뛰어라. 조준이 맞는 근거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움켜쥔 방아쇠도 정신을 집중하고 당겨야 살아남는 법이다.
▷ 덩크슛은 예술이지만 보통 슛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2점에 불과하다
▷ 모범 얘기는 대개가 위선이다. 그들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또 그 이미지를 지배한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만들어 냈을리는 없다. 때문에 그들은 나를 지배할수 없다. (NBA 사무국에 대해)
▷ 게임만으로 충분했다. 농구는 위대한 게임이니까. 상을 받아 들었을떄 얼마나 멀고 쓰라린 노정이었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던가 하는것을 생각했다. 그 모든 것이 마음속에 되살아났을때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몇 팀을 전전하며 내 모든것을 코트에 쏟아내며, 코트안에서는 어떠한 두려움에도 떨지않으며, 코트에서의 승리를 위해, 내 모든 열정을 코트내에 쏟아내었던 시간들. 그런 시간이 돌아올지 돌아오지 않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나에 대한 추억과 열정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정든 코트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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