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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터(Floater)

JJun ™ 2006. 1. 9. 17:01
단신 선수들의 무기 '플로터'

2미터 장신들이 가드까지 보는 오늘날 NBA 장신 숲에서 180cm대의 작은 가드들이 득점을 올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알렌 아이버슨이 아니기에, 모두가 아이재아 토마스가 아니기에, 단신 선수들은 외곽슛이나 다른 장기를 장착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유독 NBA 단신가드들이 자주 사용하는 득점 무기가 있다. 바로 플로터다.

역사는 깊지만, 정통은 아닌 무기

사실, 플로터는 사용빈도에 비해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득점 기술이다. 농구 코치들조차도 누가 가장 먼저 플로터를 사용했는지, 누가 플로터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며, 그 어느 교본에도 '플로터'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돼 있지 않다. 심지어 슈팅 교본에도 플로터는 나와있지 않다. '정석적'인 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60~70년대 보스턴 셀틱스의 정상 등극을 도왔던 존 하블리첵(196cm)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오버핸드 레이업 스타일의 플로터를 사용했던 것으로 문헌에 언급돼 있는 것으로 짐작해볼 때, 플로터의 역사가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크 잭슨, 라트렐 스프리웰, 게리 페이튼(마이애미), 스테판 마베리(뉴욕) 등 고참급 선수들부터 토니 파커(샌안토니오), 저말 틴즐리(인디애나), 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 스피디 클랙스턴(골든 스테이트), 크리스 폴(뉴올리언스), 프레드 존스(인디애나), 제이슨 테리(댈러스), 커크 하인릭(시카고) 등 주로 가드들이 이 플로터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WNBA 스타 쉐릴 스웁스, 미 길거리농구 스타인 프로페서(Professor)도 그 중 하나다.

그렇다면, 플로터의 정의는 정확히 어떻게 내려야 할 까. 포틀랜드 유진에서 USBA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로버트 피어스 감독은 "플로터는 오버핸드 레이업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가드들이 드라이브-인을 하다 자유투라인 부근에서 빠르고, 높게 던지는 슛 중 하나다. 주로 장신자들의 슛 블록을 피하기 위해 던지는 것으로서, 최근에는 우리도 가드 캠프에서 단신 선수들을
위한 강의 코스로 플로터를 가르치고 있다"라고 플로터를 설명한다.

그는 "플로터는 주로 두 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두 다리로 점프 오프(Jump Off)할 수도 있고, 한 쪽 다리만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점프슛 스타일과 오버핸드 레이업 스타일이 있다"며 "밸런스만 잘 잡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슛이다. 아시아 선수들도 배웠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폴 역시 "어렸을 때부터 나는 단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플로터를 익히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가끔 사용한다"며 그 용도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플로터 최강자는 누구?

그러나 모두가 플로터로 확률 높은 득점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플로터는 밸런스가 잘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던져지는 것이기에 단발적으로 사용하다 끝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파커, 앤트완 재미슨(워싱턴), 틴즐리 등은 플로터 애호가라 해도 될 정도로 이를 선호한다. 재미슨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시절부터 플로터를 사용했는데, 그 폼이 빅 맨 치고는 다소 어색한 지라 플로터를 잘 모르는 기자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파커는 NBA에서 '플로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볼 핸들링과 패스, 드라이브 인 실력을 두루 갖춘 파커에게 'TEAR DROP'이라 불리는 플로터는 아주 유용한 옵션이다.

팀 던컨은 "경기마다 상대가 파커의 'TEAR DROP'을 견제하는 것이 눈에 훤하다. 수비자들은 그가 자유투라인 부근으로 들어오면 고민하기 시작한다. 과연 파커가 나와 픽-앤-롤을 할 지, 코너로 패스할 지, 아니면 플로터로 마무리할 지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우리조차 놀라게 할 정도로 놀라운 선택을 보여준다"며 파커의 능력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 그는 슛을 연마 중이다. 만약 통산 3점슛 성공률이 31%에 불과한 파커가 슛을 보완한다면, 더 위협적인 가드가 될 것이다.

무대를 세계로 넓혀보면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191cm, 26)를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가드이자, 현 스페인 프로농구(ACB) 바르셀로나 팀 소속인 나바로는 플로터로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로 확률 높은 슛을 자랑한다. 때로는 오버핸드 레이업, 때로는 러닝 점프슛 형태를 보여주는 그의 플로터는 무척 확률이 높아 클러치타임의 주무기로 쓰일 정도. 그런 그에게 팬들은 'La Bomba'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KBL에도 플로터로 눈길을 끈 선수가 있었다. 바로 데니스 에드워즈다. KBL에서 득점으로 리그를 평정했던 그는 '막 슛'으로 유명했던 선수. 그러나 그는 "내 슛은 러너나 플로터라 부른다. 내 슛은 키 큰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타이밍을 빨리, 혹은 한 템포 늦춰서 던지면 블록 당할 일이 없다"며 자신의 슛이 막무가내로 던지는 것 같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에 스스로 변호(?)했다.

플로터는 단지 하나의 옵션일 뿐

그러나 플로터만으로는 단신 선수가 살아남을 수 없다. 벤 고든(시카고)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현지 농구 관계자들은 벤 고든에 대해 "NBA의 치밀한 스카우트 전략의 희생자가 될 지도 모른다"라 말한다. 아직까지 고든의 패턴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비록 4쿼터에는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부럽지 않은 집중력으로 팀을 살려냈지만, 그들과는 달리 고든의 공격 루트는 아직 단순하며, 점프슛 성공률이 높지 않다. 때문에 견제하기가 쉽다는 것. 플로터에 대해서도 "고든 정도라면 조금만 더 깊게 페네트레이션 해서 마무리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지금은 수비자들이 눈치 채고 미리 그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돌파 능력이나 슛 셀렉션, 혹은 패스 센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플로터는 현재 단신 선수들의 좋은 무기 중 하나임에는 틀림 없으며, 국내 가드들 역시 장신의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더 나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 한번쯤은 시도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