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대표적 승리공식 '픽앤롤' | |||
▲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픽-앤-롤 픽-앤-롤이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유타 재즈 덕분이다. 델 해리스 댈러스 매버릭스 어시스턴트 코치는 "70~80년대에도 픽-앤-롤은 몇몇 팀들에 의해 애용되어 왔다. 그러나 3점슛이 도입되고, 선수들의 슛 기량이 좋아지면서 갑자기 유행처럼 됐다"며 NBA에서의 픽-앤-롤 경향에 대해 설명한다. 국내에서는 어떨까. 전 국가대표 감독이자 수퍼액션 NBA농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인선 씨는 "스크린을 이용한 2대2 플레이는 있었지만, 미스매치 상황을 유발할 수 있고, 그 외 다양한 옵션 플레이가 연계되어 위력을 보인 것은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부터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라 설명한다. 그는 "기아 시절에 강동희와 김영만으로 하여금 외국인 선수를 활용해 픽-앤-롤을 부분적으로 사용했고, 이상민과 조니 맥도웰(대전 현대),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 바비 레이저(대구 오리온스) 등의 픽-앤-롤 플레이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픽-앤-롤은 해리스 코치가 말한 60년대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던 전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많은 팀들이 기본적인 옵션 중 하나로 활용할 정도로 유행하지는 않았다. 문헌자료에 의하면 픽-앤-롤의 시작은 1910년대, 농구 규칙 중 '드리블러도 슛을 던질 수 있다'는 규정이 생기는 등, 드리블러에 대한 룰이 관대해질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아볼 수 있다. (이때만 해도 '점프 슛'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점프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보던 시절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스포츠 팀들은 농구, 야구 할 것 없이 구색은 갖추고 있었으나, 많은 시합수와 잦은 이동에 비해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시합 중에 두 명이서 수신호나 암호로 콤비 플레이를 펼쳤다고 하는데, 백도어(back door), 기브-앤-고(give-and-go), 픽-앤-롤 등이 바로 이런 시간을 극복하고자 행해졌던 기본 전술 플레이에서 파생되었다. 미 저널리스트 데릭 젠틸 씨는 이에 대해 "때문에 농구 원로들은 아직도 픽-앤-롤이라는 용어 대신 ‘버디 시스템(buddy system)’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기술한 바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프로농구의 선구자격인 바니 세드란-맥스 프리드먼인데, '천국의 쌍둥이들'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들 콤비는 1910년대에 이러한 콤비 플레이로 뉴욕 농구계를 이끌었다. 특히, 5피트4인치(162cm)의 키로 美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역대 최단신 선수였던 세드란은 백보드가 없던 시절에도 30득점을 올렸을 정도로 탁월한 슛 감각을 자랑했기에 '천국의 쌍둥이들'이 보여준 콤비 플레이는 그만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170cm이 조금 안 됐던 프리드먼은 패스에 능한 선수로 역사에 남아있다. 프랑스에 농구의 묘미를 전파한 그는 세드란의 득점력을 살리며 십 수 차례 승리를 낚았고, 두 선수는 콤비 플레이의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뛴 바 있는 나트 홀먼은 훗날 1950년대 대한민국에 선진농구를 전파한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코치였고, 감독으로서 30~40년대에 콤비 플레이를 발전시켜갔다. ▲ 챔피언을 만든 픽-앤-롤 선수들의 장신화와 드리블, 슛 기술의 발전은 콤비 플레이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NBA 역사상 최고의 가드로 평가되는 밥 쿠지와 여전히 70대 기자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고의 NBA 선수'로 꼽히는 센터, 빌 러셀 콤비도 픽-앤-롤의 형태를 띈 콤비 플레이로 보스턴 셀틱스를 왕조로 이끌었고, 'BIG O' 오스카 로버트슨, '피스톨' 피트 매러비치 역시 빅 맨과 함께 펼쳤던 픽-앤-롤이 일품이었던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두 차례 NBA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린 매러비치는 넓은 시야와 재기 넘치는 패스, 드리블 뿐 아니라 가장 위협적인 득점력을 갖춘 선수로 인정 받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뉴올리온스 재즈에서 레오나르드 로빈슨과 함께 최고의 콤비 플레이를 펼쳤다. 그 외에도 릭 베리, 래리 버드 등 시야와 득점력, 볼 핸들링, 패스를 두루 갖춘 재주꾼들이 70~80년대를 거치면서 장신들과의 콤비 플레이를 발전시켜갔다. 특히 셀틱스에서 버드가 보여준 케빈 맥헤일, 로버트 패리쉬와의 스크린 '배드보이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도 마찬가지. 대부분이 '80년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하면 거친 수비만 기억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우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격력을 지닌 팀이었다. 명장 척 데일리와 포인트가드 아이재아 토마스(현 뉴욕 닉스 단장)가 진두지휘 하던 그들은 픽-앤-롤 뿐 아니라 팝-아웃(pop-out), 백도어나 스태거드 플레이 등 여러 옵션 플레이를 가미해 명성을 떨쳤다. 특히 빌 레임비어의 경우 외곽슛 능력도 갖추고 있었고 힘과 요령이 좋았던 센터였기에 스크린이 이뤄지는 시점에서의 수비는 늘 고민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칼 말론과 존 스탁턴, 제리 슬로언 감독의 픽-앤-롤 만큼 많은 프로농구 감독에게 '픽-앤-롤'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것은 없었다. 1985년에 처음 만나 스탁턴이 은퇴하던 2002-03시즌까지, 이들은 어느 위치에서든 완벽한 픽-앤-롤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를 제압했고, 데이비드 베노아, 크리스 모리스, 제프 호너섹, 제프 말론, 샌든 앤더슨 등의 노련한 조력자들의 존재는 재즈의 픽-앤-롤로 하여금 더 다양한 공격을 파생시킬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했다. 최인선 전 감독은 "유타의 픽-앤-롤은 국내 뿐 아니라 여러 나라 농구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라 말하는 한편 "지금은 두 선수가 은퇴하면서 색깔이 많이 바뀌었지만, 기본을 중요시하는 슬로언 감독의 철학은 변함이 없고, 그것을 이어가는 그 고집과 끈기 역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라 덧붙였다. 이처럼 외곽슛의 도입, 운동능력과 같은 선수 개인 기량의 발전, 새로운 동작들의 등장은 픽-앤-롤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다양한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전의 경지에 올려 놓았고, 이는 아마추어와 프로 할 것 없이 많은 팀들의 성공이 바탕이 되었다. ▲ 새로운 경향들 오늘날 많은 팀들이 픽-앤-롤을 사용하고 있다. 새크라멘토 킹스는 마이크 비비-크리스 웨버-블라디 디박이라는 패스 능력을 갖춘 삼각 편대가 하이-포스트에서 최고의 궁합을 보였고, 지금은 브래드 밀러가 이어 받고 있다. 스티브 내쉬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는 각각 극강의 볼 핸들링과 마무리 능력을 바탕으로 피닉스 선즈를 2004-05시즌 서부 컨퍼런스 정규리그 1위에 올려 놓았다. 토니 파커(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이끄는 픽-앤-롤 역시 위력적이다. 지난 시즌, 피닉스 코칭 스태프는 스퍼스의 픽-앤-롤만 놓고 3일간 연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서부 결승에서 무너지긴 했지만 말이다) 여기에 최근 10여년 사이에 슈팅 능력을 갖춘 빅 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스크린을 한 후 안으로 들어가는 픽-앤-롤 보다는, 스크린을 해주고 밖으로 빠져서 외곽을 던지는 픽-앤-팝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 시즌, 디트로이트가 라쉬드 월라스를, 토론토 랩터스가 크리스 보쉬를, 댈러스 매버릭스가 덕 노비츠키를 활용하는 것을 보면 그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KBL에서도 대구 오리온스가 바비 레이저-김승현 콤비를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본 바 있다. 픽-앤-롤과 픽-앤-팝에 대한 수비도 지속적으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존-디펜스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픽-앤-롤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역시 NBA의 '수비 3초룰'은 정상적인 존-디펜스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최근의 젊은 선수들이 픽-앤-롤 뿐 아니라 2대2 플레이를 수비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운동능력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따라 올라가서 쳐내거나, 뺏을 생각은 해도, 볼을 가진 선수나, 이를 돕는 선수를 미리 견제하는 수비에 있어서는 미숙한 것이다. 현재 포틀랜드 유진에서 밥 힐 코치(전 샌안토니오 감독)과 함께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농구를 지도하고 있는 밥 피어스(전 일본리그 코치) 씨는 "이제는 픽-앤-스크린 플레이를 가장 잘 하고 가장 잘 막는 팀이 강팀"이라 말한다. 형식상으로는 2대2에서 시작되지만, 모든 공격과 수비는 볼이 없는 위크-사이드에서도 부지런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 NBA 파이널에 나란히 오른 샌안토니오와 디트로이트는 공격과 수비에 있어 상대 2대2 플레이를 가장 잘 막는 팀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을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하는 팀이 승리에 그만큼 가까이 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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