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네모다, 라고 할 때, 네모는 뭐라고 생각하시는 지..."
"동그라미는 아니라고 생각해."
" 관객 여러분. 그리고 대통령 내외분. 졸리시죠? 당연합니다.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입니다.
이건 뭐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네요. 비싼 돈 주고 표 사서 들어오셨죠?
당장 주최측 가서 환불 받으시고, 그 돈으로 브람스 CD를 사서 들으세요.
전 더 이상 브람스를 이 따위 연주로 더럽힐 수 없습니다.
집에가서 샤워들 꼭 하시고, 특히 귀에 때를 빡빡 밀어주시길 바랍니다."
" 헬렌 켈러라고 아시죠? 시각, 청각, 말, 삼중고를 딛고 대학가서 박사학위도 딴 기적의 여성 사회운동가.
그럽시다. 기적을 만듭시다. 내가 여러분들의 앤 설리번이 되겠습니다. 그 표정들은 뭐죠?
혹시 여러분들은 그보다 낫다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헬렌 켈러는 똑똑한 머리와 든든한 후원이라도 있었지,
여러분들은 돈도 없고 재능도 없고 경험도 없고 손도 굳은 마당에 20 몇 일 만에 제대로 된 공연을
하겠다?이게 기적이 아닌가요?
헬렌 켈러 정도나 되보세요. 그 여자 처럼 입 다물고 눈 감은 상태에서 귀만 열어놓으라 이 말입니다.
귀도 딱 음악소리와 내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세요. 그러면 나중에 '물' 소리 정도는 나오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게 물일지 된장일지 똥일지는 모르겠지만....."
" 아줌마만 해보세요. 음대나온 거 맞아요? 근데 왜 이래요. 민폐인 거 알아요, 몰라요?
정희연이라고 불리우고 싶댔죠? 그게 무슨 뜻인 지 알아요?
자기 이름에 책임을 진다는 거야. 아줌마 책임지고 있어요?
나 같으면 이 실력에 무서워서라도 그런 소리 못하는데. 참 용감해, 아줌마. 연습도 안 해와, 음도 못 맞춰,
근데 음대 나왔다 자만심은 있어. 연주도 꼭 오케스트라에서 해야 돼. 이거 어쩌나 욕심두 많네?
아줌마 같은 사람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난 그 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덩.어.리.
자, 지금부터라도 주제파악을 해 볼까요? 따라해 보세요. 똥.덩.어.리."
" 니들은 내 악기야. 난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거고 니들은 그 부속품이라고. 늙은 악기, 젊은 악기,
울며 뛰쳐나간 똥덩어리 악기, 회사다니는 악기, 캬바레 악기, 대드는 악기. ~ "
" 저흰 사람인데요."
" 아니!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 그러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대로 짖으란 말이야! "
" 녹차군요. 물이 다 빠졌어요. 버려야겠습니다. 근데 정명환이는 이걸 갖고도 훌륭한 녹차를 우려낼 수 있다
이거죠? 마술이군요. 대단합니다. 음, 다행히 향이 아주 조금 남아있네요. 괜찮습니다. 가능해요.
저도 한 번 마술을 부려보죠. 후임이 아니라 제가 직접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공연,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 자식, 부모. 다 필요 없습니다! 나만 생각해야 되요! 이기적이 되야합니다! 여러분들은 너무 착해요.
아니, 착한게 아니라 바봅니다! 부모 때문에, 자식 때문에, 애 때문에 희생했다? 착각입니다!
결국 여러분 꼴이 이게 뭡니까! 하고 싶은 건 못하고 생활은 어렵고 주변사람은 누구누구 때문에 희생했다
피해의식만 생겼잖습니까! 이건 착한 것도 바보도 아니고 비겁한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100가지도 넘는 핑계대고 도망친 겁니다. 여러분들은!"
" 내 직원이에요! "
" 내 악장입니다! 여기 이 사람들, 내 오케스트라 악장이고, 내 단원들입니다!
함부로 무시하는 거 나 못 봐줍니다! 이 사람들 무시할 권리는 오직 저 한테만 있습니다!
내 겁니다! 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그건 월권 못 합니다!"
" 행복해? 고장난 신호등 대신해서 허우적 거리고 매연냄새에 찌들어 가는 게 행복하냐구.
아, 물론 인정해.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이라서 돈이 최고인 사람, 김치 한 조각에 밥만 먹어도 되는 사람,
그 돈 다 모아서 이디오피아 난민한테 보내놔야 다리 뻗고 자는 사람. 다양하지. 옳고 그른 건 없어.
다 자기가 제 따라 살 뿐이야. 그래서 넌. 강건우는. 네 가치에 따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구.
하나만 물어보자. 지휘 배우고 싶다는거...?"
" 배우고 싶었습니다."
" 근데?"
" 꿈으로 그냥 놔둘 겁니다."
" 꿈? 그게 어떻게 니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하는 별. 누가 지금 황당무계 별나라 얘기하재?
니가 뭔갈 해야될 거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니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거 아냐!
그래야 니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아무 거나 다 갖다 붙이면 다 니 꿈이야?
그렇게 쉬운 거면 의사, 박사, 변호사, 판사 몽땅 다 갖다 니 꿈하지, 왜!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냐. 꾸기라도 해보라는 거야!"
사실 이런 얘기 다 필요없어. 내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 평생 괴로워할 건 넌데.
난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놈이구나. 꿈도 없구나. 꾸지도 못했구나. 삶에 잡아 먹혔구나.
평생 살면서 니 머리나 쥐어뜯어봐라. 죽기 직전에 지휘? 단말마에 비명 정도 지르고
죽든지 말던지."
" 솔로 희연씨가 합니다. 바로 튀어오세요. 와서 솔로 연주하세요. 막힌 속 뚫어드리겠습니다."
" 예쁜이름이네요, 정희연. "
" 이제 마지막 곡입니다. 지금부터 연주할 윌리엄 텔 서곡은 오페라의 서곡으로써,
14세기, 오스트리아가 스위스를 지배했을 때 거기에 대항했던 농민들의 반란을 그린 작품입니다.
우리 공연도 마찬가집니다.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도 이 만큼 할 수 있다. 반란을 보여줄 겁니다.
충분히 그럴 거라고. 전, 믿습니다."
" 그래서 뭘 원하는 건데, 사탕발림? 니들 실력 웬만하니까 여기 말고 딴 데 가서 성공하고 복수해라,
뭐 이런 말이 듣고 싶어? 그래 다른 사람들, 특히 정명환같은 놈은 꼭 그렇게 말을 하지.
왜? 자긴 좋은 사람이고 싶거든. 불편하고 싶지가 않거든. 그렇게 모양 좋게 돌아서면 그 사람은?
다른 오디션 그냥 쑤시고 떨어지고 하면서 십몇년 버리는 거야. 그래도 정명환이는 날 인정해줬어.
어쩔 수 없이 잘랐다고 했어. 거짓말을 철썩같이 믿고선 말이야.
근데 아니거든. 책임자가 누구를 잘랐을 때 이유는 딱 하나야. 실력!
난 누구한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생각 없어. 하지만 속이는 건 더 나쁜 짓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니들은 실력이 없어."
" 이제 됐냐? 속이 시원해!? "
" 영재 콩쿨이라는게 있어. "
" 시끄러 "
" 너같은 가난한 애들 뽑아다 대학도 보내주고 유학도 시켜주는데야. 니가 조금만더 실력을 키우면... "
" 조용히 안해!? 나 플룻못한단 말이야 "
" 아니야 할수있어. 넌 원래 베이스가 탄탄하고 거기다 요새 너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아르바이트 한다며?
플룻을 딱 석달만 그렇게 해봐. 영재콩쿨, 넌 일등할수있어! 내가 누구냐, 이든아?
나 서울시에서 오보에 수석지낸 사람이야. 이런 콩쿨 심사위원많이 해본사람이야. 그런 내가 보장한다니깐.
넌 돼. 할 수 있어. 전설적인 플룻티스트? 그걸 왜 남을 시켜? 니가 피 땀 흘려 모은 돈 쏟아 부으면서
그 좋은걸 왜 남한테 주냐고? 니가 그냥 직접 되버리면 되잖아! 전설이!
돈 없다고 음악 포기하는 애들 앞에서 니가 직접 전설이, 신화가 되보이는거야! "
" 내가 널 저 사람들 속에 왜 집어넣은 줄 알아? 실력이 뛰어나서? 아냐. 너 한참 모자라. 모자라서 넣은 거야.
자극 좀 받으라고. 자존심 밟히고 깨져서 변신 좀 해보라고. 그런데 그걸 그냥 도망나와?"
" 도망 아닌데요."
" 그래. 그럼 뭐지? 정, 의리 뭐 그런 거야? 그래, 나도 설마 니가 그런 거에 얽매이는 유치한 놈이라고는
생각 안해. 그런데… 아까 두루미씨가 좋은 말을 하더만. 욕심. 넌 그걸 출세니 명예니 그딴 걸로만
파악하는 모양인데, 진짜 욕심은 그게 아냐. 이 안에, 니 열망이... 얼마나 부글부글 끓고 있느냐.
욕심은 다른 말로 힘이야. 얼마나 힘들 건 뭐가 어떻게 가로막던 간에 다 뚫고 나오는 힘!
독기! 넌 결정적으로 그게 없어!
" 건우 쟤 천재다. "
" 빈정 거리는 것 같지는 않은데? "
"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 것 같어. 미친놈이야, 저거."
" 천재는 없대매? "
"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천재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천재는 있어. 너 처럼 쥐꼬리만한 재능갖고
출세나 해 볼려는 그런 거 말고. 진짜 천재. 재능도 있는데 겁도 없어. 모차르트가 지 라이벌이야.
미제레레를 베꼈더라구. 틀도 없고 형식도 없어. 그냥 막 튀는데 에너지가 번쩍번쩍해.
그러면서도 애가 따뜻해. 사람을 안 놓쳐. 제일 무서운 건, 그게 이제 시작이라는 거야.
빙산 끝자락만 보이는 데도 그래. 그 밑에 어떤 엄청난 게 숨어있을 지, 난 상상도 안 가."
" 그런 놈을 왜 나한테 주는 데? 무슨 결격사유라도 있어? "
" 결격사유는 나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무슨 라인이 있냐, 계파가 있냐, 제자가 있냐. 쑥 밀어넣어 줄 대학도
없고. 받쳐줄 든든한 후원자도, 어디가서 립서비스하는 성격도 못 되고. 나 혼자라면 그냥 고개 쳐들고
살 수는 있겠는데, 쟤까지 그렇게 살아라. 그게 옳은 길이다. 강요는 못 하겠다.
요새 들어서 그게 옳은 길인지도 잘 모르겠고...잘 핸들링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나처럼 편견, 아집에 고집만 센 사람은 안 돼. 걔 망쳐. 그렇게 두기엔 너무 아까운 애야.
이제 눈 떴으니까 늦기도 늦었고. 늦은 만큼 빨리 좀 날게 해 줘. 부탁한다."
" 치매, 맞죠? "
" 아닙니다! 인정하면 달라집니까? 쫓겨나는 건 마찬가지일테고, 이번엔 아들내미 달려와서 병원에
쳐넣을거고, 그럼 난 거기서 죽을 때까지...
" 버티면요? 뭐가 달라집니까? "
" 최소한 싸워볼 수 있겠죠. 나, 나름대로 배운 사람입니다. 돈은 안 부러워도 품위, 자존심, 명예,
나한텐 목숨같은 것이고, 헌데 그런 내가 정신을 놓을거라구요? 똥오줌 싸지르고 아무한테나
욕지거리하고 불이나 지르고 히죽히죽거리면서 동네방네 헤매고 다닐거라구요?
그리고 그런 자신을 내가 기억도 못할거라구요?! 그건 지옥이요!
내가 어떻게 추한, 개만도 못한....... 나, 치매 아닙니다. 못해요! 그런 거...
" 진심어린 사과를… 못하겠습니다. 왜냐 이건 진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몰려서 억지로 쓴 것 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요구조건 세가지, 이것도 수용 못합니다.
단원들의 인격, 이건 저번에 얘기 끝났고. 세번째, 이제까지의 모든 블라블라블라 어쨌든 사과.
한가지만 물어봅시다. 내가 여러분들을 실력 외적인 걸로 부당하게 야단친 적 있습니까?
아니면 내가 준비를 잘 못해와서 여러분들 헤매게 만든 적 있습니까? 없지요.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
" 선생님 말투가요, 그게 워낙.. "
" 말투요? 그럼 이건 결국 요약하면 이 소리네요. 선생님, 말투 좀 고쳐주세요.
근데 죄송합니다만, 전 말투도 못 고치겠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엄마 아빠 말배울 때부터
전 이말투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들도 모두 절 싫어합니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천성이 이런걸!! 대신, 몇가지는 여러분께 약속합니다. 여러분을 절대 창피하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연주할 음악 앞에 작곡가 앞에 관객들 앞에 여러분들이 당당히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음악을 듣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힘든 세상에 작은 위로라도 받게 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이 시향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이자 꿈입니다.
여러분이 그 꿈을 저와 같이 꿨으면 좋겠습니다."
"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 지금까지 살면서 뭐하나 제대로 해본적이 정말 없었거든요.
공부도 그냥 저냥했구요. 트럼펫도 전공은 절대 꿈도 안꿔봤고, 군대도 대충. 취직도 대충.
네, 뭐든지 그랬어요. 나만 이렇게 사는거 아니니까. 남들도 다 그런거니까.
그냥 그렇게 살다 가는거지 뭐. 그랬었는데요. 그걸 깨준게 선생님이었습니다.
나도 뭔가 할수 있구나. 빛날수 있구나, 내가 나를 포기하고 살았는데 그런 절 믿어준게
강마에였습니다. 근데 그런 선생님이 저에게 맡긴 일로 궁지에 몰렸거든요? 부탁입니다 선생님.
제발, 제발,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
" 이번 합창교향곡은 합창없이 갑니다. 합창단장이 연락을 해본다고는 했다지만 이미 해산한지 오래고
못 온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무대위의 연주는 연습때가장 엉망이었던 연주보다
훨씬 더 못하다. 게다가 우리는 관객이 얼마 없어서 힘도 안날 뿐더러, 악기상태도 안좋고, 환자까지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이 공연은 엉망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징크스가 왜 있는 줄 아십니까?
깨라고 있는 겁니다. 보통단원들이라면 그래요. 저 공연 접습니다. 근데 여러분이니까 하는겁니다.
왜? 여러분들은 잡초니까. 이미 이런일 겪어봤죠? 그리고 다 이겨냈죠?
신은 고통을 이겨낼수 있는 사람에게만 시련을 줍니다. 고로, 우리는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
입니다. 갑시다. 가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사람들인지 보여 줍시다. "
" 아드님 얘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 뭡니까? 지금 나도 당신들처럼 수재민이었다, 이해한다, 뭐 이따구 소리 그런거요? "
" 천만에요. 난 수재민 따윈 아니었습니다. 집이 좀 가난했지만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아주 똑똑한
학생이었죠. 반장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근데 똑똑하면 안 좋은게 하나 있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남보다 빨리, 일찍 깨닫게 됩니다. 어느 날 딱 감이 오더군요. 아, 세상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 대접받는 게
아니구나. 부자는 계속 부자고 가난뱅이는 계속 가난한 거구나.... 고로 나는 죽을 때까지 이 모양 이 꼴
이겠구나. 그래서 대신 키운 게 자존심이었습니다. 대통령 아들보다 더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녔죠.
아마 난 그때 세상에 광고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해서 가난해진 게 아니라고,
이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고 말이죠. 그렇게 버텼는데 그것도 물난리가 나자 다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가난하지만 공부 잘하는 오만한 아이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그냥 컨테이너에 사는 지지리도 가난한, 그러면서도 꼴에 수재의연금도
안 받겠다고 튕기는 주제파악도 못하는 거지새끼일 뿐이었죠."
.....그 때 저는, 그래요, 죽을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더러운 세상에 날 던져놓은 엄마도
참 원망스러웠죠.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이 구질구질한 세상을 떠나버리는 것.
그 때 제 어머니는 전신마비였습니다. 숨이 막히지 않게 3분마다 목의 가래를 빼내줘야 했어요.
아무 것도 할 건 없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10분 정도 견디면 되는 거였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옆방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음악이었죠.
정말입니다. 꿈인지 환상인진 모르겠는데 난 그 때 거기서 오케스트라를 봤습니다.
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먼 훗날의 나도 봤습니다. 구원이었죠. 위로였고,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 지휘자가 되었습니다."
상윤: 상임지휘자로 새로 온 이상윤이라고 합니다. 고문 선생님의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마에: 고문 아닙니다. 아직 수락을 하질 않았거든요.
상윤: 그래도 뭐, 조만간에....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는거 알고 있습니다. 경력이 별로네 어쩌네들하는데...
마에: 경력은 하나도 중요한게 아닙니다. 문제는 실력이죠.
상윤: 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뭐 과정상의 문제가 있었다,이런 말들도 있긴 하지만....
마에: 하늘에서 떨어지든 땅에서 솟든, 실력만 있으면됩니다.
상윤: 이야! 이거 오늘 내가 아주 맘이 통하는 분을 오래간만에 만났네요.
마에: 지휘자의 권위도 포디움에 선다고, 바톤만 든다고, 다 생기는게 아니죠.
실력이 곧, 권위입니다. 실력으로 보여주세요.
그리고 새로온 상임 지휘자(상윤)와 첫 연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악과 관계없는 걸로 조따 화려한 경력 가지고 있는지라,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한다.
그리고, 시향단원들은 그가 못마땅한지, 테스트해보려 트럼펫과 트럼본의 파트보를 바꾸어 놓은....
혁권: 아 저기~ 여기 트럼펫하고 트럼본, 파트보가 바뀐거 같은데.....
그럼 처음부터 지금까지 잘못연주했단소린데.....아셨어요?
상윤: ....!!
윤미: 모르신거 아니에요?
상윤: .....알았는데 봐준겁니다, 처음이니까! 근데 이정도라니, 이게 도대체 정신들이 있는겁니까?
트럼펫, 트럼본! 수석들 남아서 군기잡으세요!! 아니, 악보가 쓸데없이 왜 바뀌냔말이야!
자기 악보하나도 제대로 못챙겨요?
중진: 일부러 좀 바꿔본거거든요?
상윤: 뭐라구요? 지금 날 테스트했다 이겁니까?
중진: 뭐, 정당한 방법은 아닌데, 못 미더운 지휘자가 오면 살짝씩 해보는 방법입니다.
저희가 믿고 따를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아봐야죠.
상윤: .....그럼 마에스트로 강은요, 그때도 테스트를 했었어요? 왜 이렇게 건방져!!
중진: 그 땐 그럴필요가 없었죠. 워낙 실력이 있는 분이셨으니까.
아, 그때 실수로 파트보가 좀 바뀌었었는데 첫음 내자마자 작살이 났죠.
나!가!세!요! 이번엔 좀 그때 실수를 빌려본건데......이건 뭐~
혁권: 실력으로 저흴 누르셔야지, 지휘자 권위에 기대서 목소리 큰 걸로만 누르시면 안 되죠.
" 양말 보단 이게 낫지? "
" 낫긴 하지만 왜 딴 여자가 준 걸 나한테.. "
" 여자라니, 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유학할 때 베토벤 생가 가서 산거야.
그 땐 나한테 딱 한끼 먹을 돈 밖에 없었는데 그냥 굶고 샀어.
왜 그랬는줄 알아? 지휘자는 반지를 끼면 안되는데 그래도 끼고 다녔어.
피아니스트들이 터치감 키우려고 건반 무겁게 하는거 처럼.
일부러 꼈어. 강해지려구. 이젠 니가 강해질 차례야.
난 필요가 없어졌어. 이미 완벽하거든. "
" 안녕히 가시라니? 이 짓들을 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녕히 가! "
" 왜 안녕히가 안되는데요? "
" 멍청한 짓들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이건 끝이야! 이젠 끝이야! 시장도 그렇고 니들도 그렇고 끝난거라고."
" 끝이라뇨.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관두면 끝 맞는데요, 또 덤비면 또 다른 길이 열리는 거잖아요.
그렇게 될 때 까지 계속 가면 그게 바로 성공이구요.
" 너 참 인생 쉽다. 아흔아홉번 실패할 수도 있어. "
" 근데 선생님도 그렇게 해서 지금 이 자리 까지 오신거잖아요. 저희 선생님 따라하는 거에요.
지난 번에 말씀하셨죠? 니들도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선생님 혹시 선생님은 됐는데
우린 안 될거라고 생각하시는건 아니죠? "
" 명품? 그래 까놓고.. 나는 되지만 니들은 힘들거라 생각했어. 그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거든.
그래서 클래식은 귀족을 위한 음악이야. 그 귀족은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고! "
" 저희도 부딪혀 보려구요. 열심히만 하면 될거라고 믿어요."
" 굳이 그 가시밭 길을 가겠다.. 좋아, 지휘해줄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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